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마을버스 '비상등’

2018-08-17       김정규 기자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도입이 운수사업자의 인건비 상승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마을버스업계의 고질적인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소득불균형 해소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실현을 위한 정부의 대표적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업계를 옥죄는 모양새다.

마을버스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마을버스 업체들의 규모가 50인 미만 기업에 속해 있어 당장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영향력에선 벗어나 있지만 경력기사의 시내버스 이직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인력난과 내년 최저임금 추가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마을버스 경력기사의 이탈이 빠르게 감지된다. 이미 마을버스 운전 경력이 시내버스 이직을 위한 발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근로시간 단축의 직격탄을 맞은 시내버스 업계가 '경력기사 모시기'에 나서면서 마을버스 기사들의 이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관악구 A운수 대표는 "최근의 시내버스로의 경력기사 이탈 속도는 과거 관행처럼 굳어진 이직 속도를 웃돌고 있다"며 "보통 1~2년의 경력을 쌓은 뒤 이직을 하곤 했지만 근기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시내버스 인력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6개월 이내 이직하거나 입사 후 교육만 마치고 이직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 환경에 기사 이탈 방지를 위한 임금 책정을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동작구 B운수 대표는 "운행 노선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인원을 채용하고 있지만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 언제 이직자가 나올지 몰라 '기사 상시채용' 공고를 버스가 붙이고 다니는 실정"이라며 "임금 협상 단계에서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다. 버스기사 자격증만 있으면 데려와야 하는 상황에서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가 바뀐 것 같다"고 달라진 환경에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서울 마을버스 70% 정도가 기사가 적정 수에 못 미치고 있어 ‘쉬는 차’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시내버스 기사와 임금 격차가 큰 상황에서 이 같은 흐름을 막기는 불가능하다. 서울의 경우, 시내버스 기사와 마을버스 기사의 임금은 최대 월 10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근무 환경을 비롯한 복지 혜택도 차이가 커 이직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인력난은 최저 임금 인상안과 맞물리면서 업계의 '이중고'에 빠뜨리고 있다. 업계 자체적으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마을버스 이용객들의 역풍을 감안하면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없는 상황에서 대외적 악재를 해결할 대안은 많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담당 지자체도 예산 부담을 이유로 들어 마을버스 요금 인상은 아직까지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을버스 요금은 2015년 이후 현금 1000원, 카드 900원으로 고정돼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조심스레 '배차간격 조정'이나 ‘3교대 근무’ 등과 같은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인력 수급이 원활해진다는 보장이 없고, 1인당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고스란히 이용객 대기시간 연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시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업계의 부담을 주는 정책들이 바로 시행 또는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대비책을 준비해야 하지만 검토할 방안이 많지 않다"며 "결국 준공영제에 포함돼 있지 않은 마을버스 입장에선 지자체나 자치구의 추가 재정지원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데 예산부담을 현재로도 안고 있는 지자체가 별도 지원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