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화물복지재단 캠페인] 2차 사고 예방

2018-08-17       박종욱 기자
 고속도로변에 설치된 ‘2차 사고 예방 요령’ 안내문. 전문가들은 이 안내문에 ‘사고 차량의 갓길 이동 여부’가 표기돼 있지 않아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이의 수정을 지적하고 있다.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나, 최근 보도된 2차 사고 관련 어느 신문기사의 제목이다.

2차 사고는, 사고나 고장 등으로 운행 중인 자동차가 멈춰 섰을 때 문제의 자동차 또는 자동차 탑승자가 뒤에서 오는 자동차에 충돌해 발생하는 사고를 말한다. 도로에서 달리는 자동차 운전자가 전방에 고장 또는 사고 차량을 발견하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게 되지만 이것이 늦을 경우 2차 사고에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2차 사고는 고장 또는 사고로 멈춰선 자동차나 탑승자를 충격하기 때문에 그 피해는 치명적이다.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할 수도 없고 피해를 줄일만한 조치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2차 사고 피해는 고장 또는 사고 차량, 운전자에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1차 사고를 정리하고 수습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 역시 2차 사고의 피해에 노출돼 있고 실제 2012~2016년 2차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경찰 숫자는 185명이나 됐다. 경찰 역시 2차 사고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속도로에서의 2차 사고 위험은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속도로 2차 사고 사망자는 매년 37명으로 전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15.3%에 이르고 있고 치사율은 52.7%에 달한다. 이는 일반적인 교통사고 치사율 9.1%의 약 6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 3년간 고속도로 2차 사고는 202건으로 연평균 67건을 넘고 있다. 특히 시인성 확보가 어려운 야간시간대 2차사고가 전체 2차사고의 66%에 이른다.

이같은 통계는 2차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기에 충분하며, 고속도로 교통안전 우선순위에서 결코 빠지지 않을 만큼 심각한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2차 사고에 대한 경각심은 여느 교통사고에 비해 결코 두드러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졸음운전, 음주운전, 과속 등이 원인이 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회적 사고 예방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1차적으로 2차 사고가 주로 고속도로에서 발생하고 있어 일반도로에서의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일반인이 쉽게 공감하는 경향이 적다는 점을 지적한다. 누구나 어느 장소에서든 겪을 수 있는 교통사고 유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다음으로는, 2차 사고가 음주운전이나 과속 등과 같이 특정 금지행위로 요약해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졸음운전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면 매우 쉽게 어떤 주문인지를 이해할 수 있지만, ‘2차사고를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막연하게 들린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2차 사고의 위험성은 강조된다고 볼 수 있으나, 구체적인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2차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올바른 ‘2차 사고 예방 수칙’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시키는 노력부터 출발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고장 또는 사고 차량 탑승자들이 2차 사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한 행동수칙은 ▲사고 또는 고장 차량을 뒤에서 오는 자동차가 충돌하지 않도록 우선 갓길로 차를 옮길 것(사고 또는 고장 차량이 구동 가능한 경우) ▲고장 또는 사고 차량으로 정상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점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실내등, 비상등 등을 점등하며 ▲운전자나 탑승자는 주위의 상황을 확인한 후 도로 바깥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것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같은 행동수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고 또는 고장 차량의 갓길 이동’과 ‘고장 또는 사고 사실을 알리는 비상등 작동’이 동시에 이루어질 가능성 크지만, 결코 빠뜨려서는 안될 행동으로 고장 또는 사고 차량을 갓길로 옮기는 일이다.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뒤에서 오는 자동차들에 의한 2차 사고 가능성은 그대로 남아 있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에 입간판 형태로 설치된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행동수칙’을 보면 맨먼저 비상등을 점등하고, 다음으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돼 있으나 이것은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의 하이웨이 코드(도로교통규칙)를 보면,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차량을 갓길로 옮겨 정차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차량을 사고가 난 그 자리, 도로 한가운데 정차시켜 놓으면 곧바로 2차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차량을 갓길로 옮기라는 말 없이 점멸등을 점멸하고 트렁크를 올리고 나서, 차량에서 내려 대피하라는 안내하고 있어, 실제 많은 운전자들이 차량을 도로 한가운데에 두고 내려서 움직이기 때문에 2차 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며, “안내문이 잘못됐으므로 하루 빨리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안내는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 나붙은 플래카드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수도권 구간 방음벽에 크게 ‘고속도로 2차 사고 예방’이라는 글자와 함께 ‘사고 고장 시 우선 대피’라고 써놓고 탑승자들이 갓길 바깥으로 피한 그림을 삽입해놓고 있으나 이 역시 사고 또는 고장 차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안내에 따르면, 고속도로에서 고장이나 사고를 당한 자동차 운전자는 사고 장소에 차량을 그대로 두고 현장을 빠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강동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은 “사고 차량이라도 차량이 구동될 때는 당연히 갓길로 이동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 하차 후 인위적으로 차를 갓길로 이동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 그러므로 차량이 구동되지 않을 때는 신속한 안전조치를 선행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시인성과 신속성을 감안할 때 불꽃신호기를 차량 주변에 던져놓고 갓길로 대피하는 것”이라며, 문제의 현수막은 ‘신속한 안전조치 후 갓길 대피’가 올바른 안내라고 말했다.

강 원장은 “또 일각에서는 트렁크가 열리면서 삼각대를 표출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국제기준과 조화되지 않아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불꽃신호기를 트렁크가 아닌 운전석에 보관하되 운전자가 사용법을 미리 숙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기 지적을 종합하면, 고속도로에서 고장 또는 사고로 더 이상 주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운전자는 먼저 자동차가 구동되는지 여부를 확인해 구동이 된다면 자동차를 갓길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구동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갓길로의 이동이 불가능하므로, 적극적으로 사고 또는 고장 사실을 외부 알리기 위해 비상등, 실내등 점등과 함께 불꽃신호기를 자동차 주변에 작동시킨 다음 탑승자가 안전하게 갓길로 이동한 후 도로 바깥으로 벗어나 고장 또는 사고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여기서 탑승자의 대피는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으므로 올바른 행동요령을 반드시 알아두고 실천해야 한다.

대피 시 어린이나 노인의 독자적인 행동은 금물이며 철저히 보호자 책임으로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대피 후 사고 또는 고장 차량 운전자(일행 포함)는 신속히 사고 또는 고장 사실을 고속도로 관제소 또는 경찰에 알려야 하며, 피해보상이나 고장 수리를 위한 연락은 그 다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