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태 박사의 관광시론=국내 관광 활성화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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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박사의 관광시론=국내 관광 활성화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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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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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충남 아산에서 열린 한국관광총회에 다녀왔다. 2005년부터 기존의 태평양ㆍ아시아 관광협회(PATA)회의를 확대한 한국관광총회는 학계와 업계, 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관광분야에서 유일한 통합적 회의체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번 2010 한국관광총회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내관광활성화'를 행사 주제로 했다는 점이다. 언뜻 들으면 국내관광활성화라는 것이 뭐가 특별할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참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우리나라의 관광 특히, 관광행정과 정책은 오랫동안 외국인 관광객 유치라고 하는 마케팅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래 관광행정의 목표는 미군휴양수요와 한ㆍ일 국교정상화 이후 기생 관광 등 외화획득 일변도의 편향적 정책에 국한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광을 모르는 사람도 외국인의 방한 관광이라고 하는 인바운드와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인 아웃바운드, 그리고 국민의 국내여행인 도메스틱(domestic)관광 이라는 정도의 구별은 상식이 된 듯하다. 관광의 정책은 이렇게 단순한 세 영역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해외여행이나 국민의 국내관광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비중은 인바운드 정책에 비해 턱없이 작다는 것이 몇 가지 사실만 확인해도 쉽게 알 수 있다. 불과 몇 년전 중동지역에서 우리 국민의 살해나 납치 사건들이 벌어지고 나서야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에 대한 안전정책이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은 사실의 문제이다.
그 이전에 해외 여행에 나서는 국민을 위해서 정부가 해온 일이라고는 소비자 보호 차원의 여행시장 질서 관리 정도에 불과하고 본질적으로는 외화를 유출하는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은 사람들의 개인 활동으로 보아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외국 현지에서 호화관광쇼핑이나 성매매사건, 보신관광사건 등이 생겨 여론이 나빠지면 해당 관광여행사와 직원을 벌주는 정도가 정책의 대부분이다.
국민의 해외여행의 잠재적 편익은 고려가 되지 않고 이들은 정책적으로 경제적 여력이 있으면서 외화를 낭비하는 이기주의자로 평가되어 전체 관광행정 예산의 3분의 2의 재원이 되는 관광진흥개발기금 출국납부금을 부담하는 주체일 뿐이다.
이들이 갖는 외교적 수단으로서의 잠재력,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교육기회, 국민 한사람의 행복충전 기회라는 면은 충분히 감안하지 못한 채 국제관광수지의 적자원인으로만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국내관광에 대한 무관심과 왜곡도 아웃바운드에 비해 못지 않다. 기억해보면 우리 관광정책에서 인바운드와 함께 아웃바운드, 도메스틱을 균형화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1982년 현재의 한국관광공사의 명칭이 바뀐 때로부터 소급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962년 설립된 공사의 이름이 인바운드만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겠다는 의지가 읽혀지 듯 '국제관광공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분일 뿐, 이후 내용적으로 국내관광정책이 제대로 추진된 것을 확인하기 어렵다. 국내관광정책이라는 것의 대부분은 지역정치성이 강하게 개입돼 있는 관광자원개발에 대한 것으로 웬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알 듯이 명확한 국내외 관광객의 수요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역민 특히 지역 선거의 수단일 뿐이었다.
국민의 국내관광에 대한 본격적인 정부의 관심은 김대중정부 때 주 5일 근무제의 도입부터 시작했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제도를 실질적으로 뒷받침 할 주5일 학습제는 도입이 되지 않은 실정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성인 부부만 여행을 떠날 수는 없는 까닭인 것이다.
관련 자료를 통해 볼 때 우리 국민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첫째는 시간부족이고 둘째는 비용부담, 셋째는 갈 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는 점 등이다. 이와 연관시켜 본다면 주5일 학습제와 함께 정부가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 일부 부처와 재계의 반대에 표류중인 대체 휴일제 등은 시간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열쇠이다. 물론 또 다른 조사에서 나타나 듯 제도적 휴일 문제보다 우리 사회나 기업문화가 휴가와 휴식을 견제함으로써 발생되는 실제 휴일 사용율이 보다 본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비용문제의 경우 저소득층에게는 근본적인 장애이다. 하지만 정부가 몇 년전 추진했던 여행바우처도 사회적 인식 부족에 따라 오랫동안 중단되었다가 올해 겨우 다시 시작하게 되었으나 실효성을 가질 만큼의 재정지원에는 모자란 듯 보여 진다.
이밖에도 만성적인 휴일의 교통제증과 천편일률적인 관광자원의 개발 행태 등이 국민들의 국내관광을 꺼리는 이유로 밝혀지고 있다.
국민국내관광은 지금으로도 16조원 이상의 시장규모를 갖고 있고 이러한 규모는 여행 여건이라는 면에서 앞으로 늘어갈 수 밖에 없다. 또한 여러 환경에 민감한 국제관광보다는 안정적 내수 기반이라는 차원에서도 국내관광은 매우 중요하다. 서울중심의 단극 또는 2∼3극 체계의 국제관광과 달리 국내관광은 지역의 구석구석에 힘을 불어넣는 지역진흥정책이다. 청소년의 역사현장교육수단이며 일자리를 늘리는 고용정책의 의미와 환경보전에 대한 실천적 마당인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와 정부가 하는 일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민관광활성화를 그 자체로 보기보다  인바운드의 사전 기반 정도나 아웃바운드 감축수단으로 이해하는 정책관점이라는 증거가 여럿 있다. 본질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관광을 통해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이번 한국관광총회의 주제 선정이 반가웠던 이유다.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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