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통계의 불편한 진실
상태바
교통사고 사망통계의 불편한 진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6.1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경찰청이 발표한 2015년도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공식적으로 4621명이다. 이 통계는 교통사고가 발생한 후 30일 이내 사망한 사람의 숫자를 모두 합산한 것이다. OECD 회원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30일 이내 사망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통사고로 30일이 지나서 사망했을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될까? 이런 경우에는 중상사고로 집계된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생명연장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채 한 달을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피해자가 뇌사상태라 하더라도 30일을 넘겨 산소호흡기를 뗐다면 이 사망자는 통계상 중상자로 분류될 것이다. 이렇게 중상사고로 분류되는 사망자 숫자가 연간 500명에서 많게는 1000명 쯤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4년도 자동차 1만대 당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OECD 34개국 중 31위로써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연장술을 이용해 30일만 넘길 수만 있다면 통계상 더 많은 사망자수를 감소시킬 수 있고 교통사고 사망률 국가 순위 또한 높일 수 있다. 2015년에 2014년과 비교하여 141명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와 다를지 모른다. 사고발생 후 30일이 지나서 사망한 숫자가 더 늘었어도 얼마든지 사망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사망기준을 사고발생 후 30일로 정한 것은 2000년이다. 그 전에는 사고 후 3일(72시간)로써 현재의 사고결과 벌점기준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었다. 즉, 교통사고 발생 후 72시간이 지나면 피해자가 사망하더라도 가해 운전자에게 중상의 벌점인 15점을 부과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고결과에 따른 처분벌점도 사망사고 결정기준인 30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1999년에는 사고 후 3일을 적용하여 9353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2000년에는 사고 후 30일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1만236명으로 폭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1996년 이래 꾸준히 줄어들던 사고가 2000년에 통계상 적용기준이 달라짐으로써 사고가 대폭 늘어난 것을 대다수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해마다 교통사고 감소편익을 산정하기 위해 교통사고로 인한 비용을 추정하고 있다. 2014년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비용이 26조 5725억원으로 추계됐다. 사망사고 1인당 교통사고 비용은 4억 2908만원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이 비용도 30일 이내에 사망한 통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30일 초과 사망자를 500명이라고 했을 때 인당 평균 사고비용을 곱하면 2100억원 정도가 된다. 더욱이 30일 초과해 사망한 경우에는 훨씬 더 많은 병원비용이 뒤따르기 때문에 2100억원에 수백억원이 더 얹혀질 것은 자명하다.

대개 국가 간의 교통안전 수준은 자동차 1만대 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산출하여 비교하고 있다. 2014년 OECD 회원국 평균이 1.1명인데, 우리는 2.1명(2015년은 1.9명)으로 아직까지 큰 격차가 있다. 1970년에는 어땠을까? 그 당시 자동차 보유대수는 12만8000대이고,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3069명이었다. 자동차 1만대 당 사망자수로 환산하면 237명이다. 지난 45년 동안 무려 125배나 사고를 줄인 셈이다. 과연 이렇게 많이 줄였다고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지표로써 인구 10만명 당 사망자수를 가지고 교통안전 수준을 비교하기도 한다.

자동차 보유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에서 이 지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 인구 10만명 당 사망자수가 9.5명이지만 2015년에는 9.1명으로 나타나 자동차 1만대 당 사망자수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1만대 당 사망자수는 대폭 줄었는데 인구 10만명 당 사망자는 거의 줄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긴 시차를 두고 이 두 지표로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방증이다.

가장 바람직한 노출지표는 주행거리 10억km 당 사망자수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주행거리 10억km 당 사망자수는 15.5명으로 최근 5년간 해마다 7%씩 감소하고 있다. 자동차검사정보를 기반으로 주행거리를 산출하는 우리와 달리 이를 산출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샘플조사를 시행하고 있어, 아직까지 국가간 사고율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멀지 않은 장래에 가장 바람직한 교통안전수준의 비교지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통계적으로 갖는 의미는 크다. 정책시행의 근거나 비용효과 분석에 기초가 되기 때문에 신뢰성과 타당성이 생명이다. 30일 초과 사망자를 배려하는 교통사고 사망통계의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객원논설위원·강동수 교통안전공단 미래교통전략처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