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위원회 설치와 기능강화,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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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위원회 설치와 기능강화,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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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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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교통신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뒷받침하는 교통인프라 공급이 당면 과제였다. 교통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신속한 교통시설의 확충이었으며 설계가 완성되기도 전에 난공사 구간부터 착공하거나 준공도 되기 전에 개통부터 했던 사례도 있었다.

신속한 임무수행을 위해서 일사분란한 업무체계가 필요했으며, 실무담당자는 상급자의 의도를 빨리 파악하고 그의 지시를 정확히 따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상위하달식 정책 수행방식이 정착될 수밖에 없었고 법조문만 따르면 되는 법령 집행 업무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공무원들에게 특별한 전문지식을 요하지 않았다. 교통부서의 공무원 대부분이 일반 행정직이고 1~2년을 단위로 교체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역설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이러한 행정조직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위원회였다. 위원회는 행정계층제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행정의 민주성을 확보하는 유용한 수단이 돼왔다. 행정국가의 출현에 따른 권력의 재분배, 행정에 전문지식·기술의 활용뿐만 아니라 대립된 이해관계 조정을 위해서 우리 정부조직 내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위원회는 행정관청으로서의 지위를 지니는 위원회와 자문기관인 위원회(이하 자문위원)로 나뉜다. 행정관청으로서의 위원회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사 또는 판단을 결정해 이를 외부에 표시하는 권한을 가진 기관으로 감사원, 토지수용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중앙해양안전심판원 등이 있다. 이러한 위원회는 반드시 행정기관에 소속될 필요는 없지만 정부조직법에 ‘행정기관에는 그 소관사무의 일부를 독립하여 수행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위원회 등 합의제 행정기관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달리 자문위원회는 구속력 없는 의사를 의결을 통하여 결정할 뿐, 결정된 의사(의결)가 실제 채택되는지 여부는 행정관청에게 달려 있다. 현행법상 대부분의 위원회가 여기에 해당한다. 자문위원회는 행정기관의 전문성을 보완하거나 대립된 이해의 조정 또는 관계부처간 협의를 위해 설치하는 것으로써 그 예는 무수히 많다. 문제는 너무 남발한다는 것이다. 법령 제·개정 때마다 마치 만능인 것처럼 자문위원회를 찍어내고 있다. 이에 행정자치부는 정부위원회 관리지침을 만들어 수많은 위원회에 대한 통폐합 조치를 실시했고, 위원회 일몰제의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탄핵소추심판은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이 선고됨으로써 종결됐다. 이제 두달 후면 새 대통령을 뽑게 될 것이고 정부조직도 새롭게 바뀌게 될 것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여기저기서 대선주자들에게 교통안전위원회를 설치해 줄 것을 부탁한다. 우리나라 교통사고가 심각하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의 교통안전위원회 조직을 상설화 해야 한다는 이유다. 2000년에 한시적으로 국무총리실에 TF 형식의 안전관리개선기획단을 운영하면서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감소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교통위반 신고보상제가 도입됐고, 안전띠 착용 생활화를 위해 그해 강력한 단속을 전개했을 뿐만 아니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금지도 의무화 됐다.

그 결과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전년도보다 무려 2139명이 감소됐다. 아마도 안전관리개선기획단과 같은 형태의 임시조직을 여러 사람이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위원회 조직으로 확대한다면 교통사고가 2001년처럼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리라.

그런데 한때 교통안전분야에 총리가 위원장인 자문위원회가 있었다. ‘교통안전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교통안전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2008년 폐지되기까지 연평균 1.4회 회의가 열렸지만 심의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서면으로 사후 심의하는 등 대면심의를 한 적이 없었다.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계되거나 국가의 중요정책을 사전 심의‧자문하는 등 대외적인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위원장을 총리로 규정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됨으로써 폐지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현재는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에 따라 국가교통위원회에서 안건의 하나로 교통안전업무를 심의하게 되는데, 실무적인 내용은 국토교통부차관이 위원장으로 돼 있는 국가교통안전실무위원회에서 다루고 있다. 따라서 교통안전위원회를 구성할 때 구성원의 직급이 높다고 해서 전문성이 제고되거나 위원회 운영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행정관청으로서의 교통안전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려면 행정기관에서 할 수 없는 기능과 성격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 교통안전 총괄조정은 계획단계에서는 국토교통부장관의 소관사무로 되어 있고, 집행단계에서의 총괄조정의 기능은 총리실에 있다. 총리실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과거의 안전관리개선기획단과 같은 민관합동 임시조직을 운영하면 될 일이다. 현행 조직체계 내 교통안전 총괄조정 기능이 신통치 않으면 그 기능을 보완하면 될 일이지 새로운 행정조직을 만드는 것은 행정낭비다. 마치 만능처럼 회자되고 있는 교통안전위원회 설치가 산적한 교통안전 현안과제보다 우선될 수도 없다. 차라리 국토교통부나 경찰청의 교통안전기능을 강화하고 협업을 활성화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뭣이 중헌디?

<객원논설위원·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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