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와 안전띠 착용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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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문화와 안전띠 착용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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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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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교통신문] 교통문화(Transportation Culture)란 교통과 관련돼 나타나는 제반 문화의 패턴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대인들의 생활 대부분이 교통과 더욱 밀접해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제는 교통문화를 전체 사회문화와는 구별되는 영역에 한정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이 일상적으로 관여하는 생활문화로 봐야한다.

국토교통부(교통안전공단)에서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교통문화 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1998년부터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전국 234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운전행태, 보행행태, 교통안전 등의 영역을 조사해 공표하고 있으며, 2008년 이후 국가승인 통계로 관리되고 있다. 승차자의 안전띠 착용문제는 대표적인 교통문화지수 항목 중 하나로 앞좌석 안전띠 착용률만 해도 전체 평가의 12%를 차지한다.

대형 교통사고가 났을 때 언론은 “안전띠를 매지 않아서”라는 멘트를 자주 사용한다. 안전띠만 착용했더라면 대형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담겨있는 말이다. 특히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뒷좌석은 차량 충격 등으로 인해 인명피해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승차자들이 뒷좌석 안전띠 착용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또한 사고 시 뒷좌석 승차자의 안전띠 미착용은 앞좌석 승차자에게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뒷좌석 승차자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사고가 나면 자동차의 달리는 속도에 뒷좌석 승차자의 체중이 그대로 실려서 앞좌석 승차자에게 충격을 주게 되므로 본인이 크게 다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앞좌석 승차자의 사망률도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하여 5배 정도 높아진다. 만약 뒷좌석 승차자가 안전띠를 착용한다면 앞좌석 승차자의 부상정도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사망률도 80%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안전띠를 착용하는 사소한 행동은 내 목숨뿐만 아니라 타인의 목숨까지도 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안전띠 매기가 누구에게도 예외일 수 없는 생활습관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모든 국민들에게 교통문화로 정착화 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고속도로에서의 전좌석 안전띠 착용이 꽤 오래 전에 의무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여전히 3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90년 고속도로를 포함한 전체 도로 상에서 일본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7%로 우리나라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전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 되면서 바로 46.1%로 급상승하였다. 만약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을 조사했다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한자리 수준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교통선진국 대부분이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이 80~89%인 것에 비하면 비교자체가 무의미한 수준이다.

2000년은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전년대비 2139명을 감축시켜 가장 많은 사고감소율을 기록한 해였다. 당시 경찰청은 전 국민의 안전띠 착용 생활화를 위해서 대대적으로 단속했고 그 효과는 바로 사망자수 감소로 이어졌다. 그만큼 안전띠 착용률은 사고 위험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어있고 상시적으로 단속이 필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조만간 모든 도로에서 뒷좌석까지 포함한 전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처벌과 단속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에겐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얼마 전에 차량의 안전띠 미착용 경고음을 방지하는 클립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기사를 접했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아도 한 것처럼 차량이 인식하도록 ‘속이는’ 장치로써, 이는 우리의 안전의식을 둔감케 하고 교통문화 수준을 떨어트리는 행위일 뿐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등 중요한 국제 행사를 앞두고 있을 때면 으레 성숙한 시민의식을 외친다. 의식은 곧 습관이기도 하지만 하루아침에 바꿔지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면서 귀찮고 어렵더라도 내가 먼저 실천한다는 마음이면 바꿀 수 있다. 전좌석 안전띠 매기는 내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 가족 그리고 나아가 우리나라 교통문화의 수준을 바꾸고, 안전을 보장하는 중요한 일이다.

해마다 차내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중 600여명을 안전띠 착용으로 줄일 수 있다. 단순히 귀찮다는 생각으로 잘못된 습관에 젖어, 그것이 다시 대물림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전좌석 안전띠 매기는 단순히 단속과 지도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모든 도로에서 뒷좌석에 탄 승차자에게도 안전띠 착용을 권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만 해도 빠른 시간 내에 선진국 수준의 교통문화로 정착될 것이다.

<객원논설위원·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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