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교통, 사람에 의한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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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교통, 사람에 의한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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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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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OTI 브리프<6>] 김건영 한국교통연구원 대외협력·홍보실장
 

[교통신문] 항공여행을 할 때 일반적으로 여행사나 항공사를 통해 항공권을 구매하고 공항 발권데스크에서 좌석을 지정받는다. 각종 정보가 입력된 인식표가 부착된 수하물은 직원에 의해 컨베이어 벨트로 옮겨진 후 비행기에 실리게 된다.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한 승객은 출국심사를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한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인터넷을 이용해 항공권을 구매하고 본인이 직접 좌석지정을 한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웹 체크인도 가능하다. 공항에서도 무인수하물 처리와 자동출입국심사가 보편화되고 있다. 비행기에 자동 이착륙시스템이 도입된 지는 오래다.

설렘 가득한 공항은 우리 생활의 축소판이자 작은 세상이다. 영화 ‘터미널(2004)’에서 주인공인 톰 행크스는 뉴욕 JFK공항을 커다란 집으로 생각하고 9개월 가량을 지냈다. ‘터미널’은 1988년부터 10년이 넘게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서 살았던 사람의 공항 내 거주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지중해에 있는 키프로스(Cyprus)의 한 공항에서 독일인 모녀가 2014년부터 1년 넘게 머물렀다는 기사도 있었다. 환승을 하는 경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면세구역이라 불리는 공항 안쪽에는 숙박, 쇼핑, 식사, 은행, 의료, 종교시설, 서점 등이 있다. 또 인터넷, 놀이터, 휴게실, 전시 공간 등을 갖추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이제 공항의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보자. 출입국장에는 수많은 폐쇄회로TV가 작동되고 있지만 여행객이 눈치 채지 못하게 보안요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출입국 심사대에 대기 줄이 길게 형성되면 공항 직원의 직관적인 판단으로 대기시간과 공간 활용을 조절한다.

면세구역에는 크게 3가지 유형의 여행객이 있다고 한다. 게이트까지 도보로 빠르게 이동하는 유형, 계속적으로 무빙 워크를 이용해 이동하는 유형, 면세점 등 주변을 둘러보면서 천천히 이동하는 유형이다. 공항의 여객 통제전문가는 상황실에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가 전문가적 판단으로 분산을 유도시킨다.

위탁수하물처리시스템의 정확도가 매우 높다고는 하지만 인식오류는 없는지, 해당 비행편이 맞는지는 베테랑 엔지니어의 마지막 손길이 필요하다. 최첨단 검색시스템에 감지되지 않은 의심수하물은 직접 육안검사를 한다. 마약탐지견의 역할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부모 없이 혼자 여행하는 어린이는 항공사 직원이 비행기 좌석까지 안내해준다. 노약자를 비롯한 교통약자용 전동카트도 항상 대기 중이다. 계절이 반대인 나라로의 여행을 위해 두꺼운 옷을 보관해주는 곳도 있다. 활주로 주변을 살피는 생태계 전문가도 있다. 이들은 기후, 풀 등 식물의 상태, 바람에 실려 온 먹이 등을 면밀히 관찰하여 새와의 충돌(Bird strike)을 방지한다.

첨단기술의 발전과 함께 편리함이 증가할수록 이용자의 요구와 기대 또한 다양해지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필요한 손길들이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

2009년 ‘허드슨 강의 기적’은 노련한 기장의 빠른 판단으로 대참사를 막았다. 지하철 선로에 사람이 떨어지는 상황을 제일 먼저 인식한 것은 첨단장비가 아니라 승강장 주변에 있던 사람이었다. 뉴욕 발 통근열차는 예정시간보다 1분 늦게 출발한다. 1870년 이후 계속되어 온 비밀의 정책이다. 아슬아슬하게 기차를 놓치는 승객이 없도록 기관사와 차장이 선물을 주는 시간이다. 신고 접수 즉시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도착했지만 ‘서교동과 쌍문동의 의인들’이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 지난 1월 경부고속도로 1차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운전자를 구출하기 위해 견인차, 대형화물차, 버스 운전자들은 차량들을 비스듬히 정차시켜 전 차로를 봉쇄하고 구조차량이 역주행해 사고현장에 도달할 수 있도록 순간적인 판단을 해 사고당사자의 생명을 살리는데 큰 도움을 줬다.

1844년 발간된 ‘철도 증기기관 백과사전’에는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모든 것은 사고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기술 장치가 완벽해지면 완벽해질수록 사고 역시 일종의 상쇄원리에 따라 격심해진다. 이런 이유에서 강력하고 완벽한 산업적인 기술 장치들, 이를테면 기차는 가장 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엄격히 감시되지 않는다면 정말 끔찍한 재앙으로 돌변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라 일컬어지는 지금, 교통부문에서도 자율주행, 무인운전 등으로 향후 그 편리성과 이동성이 더 좋아질 것이다. 기계의 인식률이 향상되고 대부분의 프로세스가 무인화, 자동화, 시스템화 되겠지만 여전히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빙산의 수면 아래처럼 등잔 밑 어두움은 존재하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한다. 인간의 작은 아이디어와 발명품이 인류의 생활양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사례가 많지만 최첨단 우주비행체도 단 한 개의 나사 결함으로 한순간에 잿더미가 된다.

대규모 예산투입과 관제시스템으로 평소 잘 운영되는 공항의 수하물처리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 일대 혼란이 발생한다. 실제 2016년 1월 인천공항 수하물처리시스템 장애로 약 5200개의 수하물이 제때 비행기에 실리지 못했고 100편이 넘는 항공기 출발이 지연됐다. 일부 승객들은 목적지에서 자기의 수하물을 제대 받아보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출퇴근 시간대 도시철도 신호제어에 문제가 생겨 도시철도 운행에 지연이 발생하면 수많은 이용객의 시간손실은 물론 대중교통운영 당국에 대한 신뢰 또한 무너진다.

두려운 점은 미래교통체계의 완벽성에 대한 불(不)확신이다. 시스템에 결함이 생기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300:29:1로 잘 알려진 ‘하인리히 법칙’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1번의 대형 사고를 잘 분석하고 간과하지 않으면 329건의 다른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다. 또 큰 성공에는 329번의 여러 기회가 포착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벌써 자율주행차 보안과 해킹위험, 오작동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차원에서 관련 대응기술 개발과 투자계획의 반가운 소식도 있지만 그만큼 ‘해커’들 역시 새로운 도전을 고민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접근했던 ‘결과에 대한 protective 전략’과 ‘목표를 위한 proactive 전략’을 통한 resilience 접근법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과 시스템의 손’과 ‘사람의 손’이 상호 보완하며 사람을 위한 교통, 사람에 의한 교통사회를 구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실패를 하는 것도 사람이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사람이다(Failure is not an option, but human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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