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소전기버스, 평창서 진면목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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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수소전기버스, 평창서 진면목 과시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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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기간 총 4대 투입
강릉역에 마련된 전용 정류장에서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현대차 수소전기버스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서울역을 출발한 지 1시간 반 남짓. KTX 고속열차가 강릉역에 도착했다. 지난 20일 찾은 강릉역 주변은 오전인데도 많은 내외국인이 오가고 있었다. 곳곳에 들어선 올림픽 상징물이 “이곳이 올림픽 개최지” 임을 실감케 했다.

제복 입은 자원봉사자 안내를 받아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강릉 올림픽파크까지 운행되는 버스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수많은 차량 가운데 현대자동차 ‘수소전기버스’가 눈에 확 들어왔다. 외관이 다른 차량과 확연히 달랐다. 차체 색상은 파랑색과 흰색이 적절히 조합돼 친환경 느낌이 물씬 풍겼다. 설원에서 펼쳐지는 동계올림픽과도 절묘하게 어울려보였다. 차체 전면 유리와 양옆 창은 큼직해 시원스러웠다. 배터리와 수소탱크가 놓여있는 차량 지붕은 여타 버스보다 높아 보였다. 지난해 5월 첫 공개된 현대차 미래형 친환경버스 디자인 콘셉트가 반영됐다. LED 주간주행등, 하이테크 이미지 헤드램프, LED 리어램프 등이 ‘첨단’과 ‘미래지향적’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했다.

수소전기버스 전용 정류장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흰색 간이 건물로 지어진 정류장에는 탑승객이 차를 기다리며 추위를 피할 수 있게 유리벽으로 감싼 실내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차를 기다리며 소파에 앉아 쉬거나, 한쪽 벽에 있는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에서 현재시간과 셔틀버스 운행정보, 날씨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선을 사로잡는 차량과 정류장 덕분에 올림픽파크로 가려는 사람 상당수가 다른 셔틀버스를 두고 수소전기버스를 선택했다. 멀리서 알아보고는 일부러 찾는 이도 많았다.

강릉역 주변 곳곳에 들어선 올림픽 상징물이 “이곳이 올림픽 개최지” 임을 실감케 했다.
흰색 간이 건물로 지어진 전용 정류장에는 탑승객이 차를 기다리며 추위를 피할 수 있게 유리벽으로 감싼 실내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차를 기다리며 소파에 앉아 쉬거나, 한쪽 벽에 있는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에서 현재시간과 셔틀버스 운행정보, 날씨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량 실내는 연두색으로 꾸며졌다. 탁월한 개방감을 자랑하는 유리창은 물론 LED 실내조명과 어우러져 실내 분위기는 밝고 아늑했다. 휠체어 또는 유모차 탑승을 고려해 실내 중앙 양옆에 거치대가 마련된 점도 돋보였다. 함께 차량에 오른 몇몇 사람이 내부를 둘러보며 탄성을 터트리기도 했다. 열 명 정도 사람이 올라타 기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기사가 출발한다고 알렸다. 이내 차량이 스르르 움직였다. 디젤 차량이었으면 요란했을 엔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대신 지하철 출발할 때 나는 ‘웅’하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렸다. 진동이나 흔들림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저상버스 장점인 안정감이 수소전기버스에서 배가되는 듯 했다.

탑승객 반응은 좋았다. 김지선(36·서울)씨는 “올라타기 직전 수소전기버스라는 사실을 알았는데 타보니 조용하면서 흔들림도 적어 쾌적했다”며 “대도시 시내 노선버스로 활용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윤(29·수원)씨는 “한 살배기 아들을 태운 유모차가 제법 커서 버스에 어떻게 탈지 고민했는데, 저상구조에다 탑승 리프트까지 갖췄고 유모차 세워둘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해 도움이 컸다”며 “공공 교통수단은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 같은데, 앞으로 많이 보급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트 콥(Matt Cobb, 38·캐나다)씨는 “밝고 세련된 버스 모습에 끌려 탑승했는데 편하게 경기장까지 갈 수 있어 고마웠다”며 “처음 방문한 한국이 정말 깨끗하다는 느꼈는데, 친환경 교통수단 또한 여느 나라보다 앞서 있는 것 같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강릉역에서 올림픽파크 남문에 마련된 정류장까지는 편도로 대략 2km 남짓 거리. 버스로 7~8분 정도 걸렸다. 운행 코스는 회전 구간이 많았지만 흔들림이 크지 않아 불편하지 않았다. 차량 소음도 크지 않아 옆 사람과 대화 나누기 편했다. 올림픽파크 남문에도 간이 전용 정류장이 마련돼 있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으로 운행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점은 강릉역 정류장과 다를 게 없었다.

남문 일대에는 이미 경기를 보러온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이곳에서도 수소전기버스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차량이 들어올 때 마다 바라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길을 오가는 수많은 외국인이 신기해하며 차를 구경하기도 했다.

 
강릉 올림픽파크로 가는 많은 내외국인이 수소전기버스를 이용했다

브렌트 반 아우켄(Brent Van Auken, 26·덴마크)씨는 “처음 버스를 봤을 때 하이테크 이미지가 강렬하게 느껴졌는데, 일본이나 독일 브랜드가 만든 줄 알았다가 현대가 독자 개발했다고 듣고는 깜짝 놀랐다”며 “코펜하겐(덴마크 수도) 시내에서 운행하면 무척이나 잘 어울릴 것 같고, 다른 유럽 어느 도시에서도 각광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전기버스에 대한 긍정적 반응은 차량을 실제 몰아본 운전자에게서도 쏟아져 나왔다. 강릉역~올림픽파크 구간 셔틀버스(수소전기버스 기준)는 올림픽 기간 매일 오전 6시 13분부터 다음날을 넘겨 오전 1시33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총 58회 운행됐다. 여분 차량이 충전 등을 위해 차고지로 이동한 사이 코스에서는 수소전기버스 두 대가 쉴 틈 없이 번갈아가며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투입된 운전기사들은 모두 경력 10년 이상 베테랑이다. 버스 운전만 30년 넘었다는 이도 있었다. 이들은 하루 오전과 오후로 나눠 교대로 운전을 맡았다.

정근택(59)씨는 “많은 탑승객이 차가 시원시원해서 좋다거나, 너무 조용해서 신기하다고 말했다”며 “손님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셔야하는 운전자 입장에서도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차량”이라고 말했다. 전건주(57)씨는 “자동변속기가 기본 장착돼 운전이 무척 쉬운데다 순발력이나 속도감도 정말 좋고, 워낙 조용해 마치 지하철을 운전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생각 같아선 60명 정도까지도 거뜬히 태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람이 꽉 들어차도 절대 힘이 부족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철영(65)씨는 “리프트가 설치된 뒷문으로 휠체어나 유모차를 손쉽게 승차시킬 수 있었는데, 고맙다고 웃으며 인사해줘 뿌듯했다”며 “전 세계적 행사인 올림픽에 동참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것은 물론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은 첨단 미래 버스를 직접 운전해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수소전기버스 운전기사 정근택(59)씨는 “많은 탑승객이 차가 시원시원해서 좋다거나, 너무 조용해서 신기하다고 말했다”며 “손님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셔야하는 운전자 입장에서도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차량”이라고 말했다.
수소전기버스에 탑승했던 사람들이 올림픽파크 남문에 마련된 간이 정류장에 내리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강릉역과 올림픽파크를 오가는 셔틀 노선에 수소전기버스 4대를 투입·운영했다. 3월에 열리는 ‘동계패럴림픽’ 기간에도 똑같이 운행된다. 현대차는 셔틀버스 하루 이용객이 평균 1000~1300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 18일 누적 수송인원 1만 명을 넘어섰다. 교통약자를 우선 탑승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기대 이상 실적이 나왔다. 정류장에서 탑승객을 안내한 장정모(26·가명)씨는 “유모차나 휠체어 탑승객이 있을 때는 일반인 탑승을 줄여 공간을 확보했는데, 한국 국가대표가 출전하는 쇼트트랙 경기가 있는 날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애를 먹기도 했다”며 “지방자치단체 대중교통 관계자나 각 지방 버스업계 관계자들도 제법 많이 찾아 차량을 유심히 살피고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동계올림픽 기간 수소전기버스가 실제 도로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운행됨으로써 탁월한 미래 친환경 버스 기술력을 과시한 것은 물론, 관련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실전 투입을 통해 차량 성능을 제대로 확인·검증한 만큼 향후 수소전기버스 상용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강릉 올림픽파크 남문에 마련된 간이 정류장. 규모는 작았지만, 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으로 운행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점은 강릉역 정류장과 다를 게 없었다.

이번에 셔틀버스로 쓰인 수소전기버스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3세대 모델로, 승객 48명(좌석 18개)과 운전자가 탑승할 수 있는 시내 노선용 저상버스다. 최대출력 200kW급 연료전지와 700bar 압력 수소탱크(충전량 25kg)에 33kWh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가 장착됐다. 시내를 운행하는 정기노선 버스로 개발된 만큼 실제 도로주행에 필요한 가속성능, 등판성능, 내구성 등이 대폭 강화됐다. 특히 시내버스 특성상 정차 후 재출발이 많은 운행환경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저속 주행 상황에서 초반 가속성능을 약 23% 개선했다. 또한 많은 승객을 싣고도 경사진 언덕에서 무리 없는 주행이 가능하도록 등판능력도 기존 대비 13% 향상됐다. 최고속도는 시속 92km이고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구동모드에 따라 최소 536km에서 최대 713km 수준이다.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무공해 차량으로 고성능 공기정화필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중형 디젤차 약 40대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정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상용사업본부 관계자는 “올림픽 기간 매일 같이 운행 상황을 모니터링 한 것은 물론, 승객과 운전자 반응 등도 꼼꼼히 챙겼다”며 “이를 토대로 개선 사항을 체크함으로써 보다 빠른 시일 내에 수소전기버스가 완벽한 성능을 갖춰 국내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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