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방지 위해 차량 내 블랙박스 녹음 합법화해야”
상태바
“택시기사 폭행 방지 위해 차량 내 블랙박스 녹음 합법화해야”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18.0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24일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안전 집회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최근 잇따른 택시기사 폭행 사건으로 택시 운수종사자 안전에 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 오른 가운데 택시업계가 운수종사자 안전 확보 방안의 하나로 차량 내 영상기록장치(블랙박스) 녹음 합법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택시 운수종사자에 대한 폭력 행위 강력 처벌 및 인권보장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운전자 폭행에 대한 처분 강화(취객 폭행) ▲국가권익위원회 차원의 택시종사자 인권 강화 대책 마련 등과 함께 ‘택시 운수종사자 폭행 및 폭언 증거 확보를 위한 택시 내 블랙박스 녹음기능을 합법화하는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택시 내 블랙박스 녹화 및 녹음 합법화 요구다.

성명서에 따르면, 조합은 그동안 기사 폭행자 처벌 강화를 위해 블랙박스 녹화 및 녹음 허용 탄원서를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에 제출했지만 ‘영상기록장치의 녹음기능 허용은 불특정 다수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등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016년에도 운전자 폭행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법무부와 경찰청 등에 건의했지만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 사회현상, 형사 정책적 기능, 여론과 법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받는 데 그쳤다.

서울시와 조합 등에 따르면 현재 택시 차량 내 영상 녹화는 블랙박스 카메라를 운전석 방향으로 고정한 상태에서만 가능하며 녹음은 개인정보보호법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 등의 이유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택시 내에서 언어폭력을 비롯한 폭행이 발생해도 잘잘못을 가릴 수 있는 증거 수집이 어렵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작년 6월 행안부에 건의했지만 근본적으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바꿔야 할 부분이라 마땅치 않았다”라며 “현재로선 취객 등 택시 승객으로부터 폭행 및 폭언이 발생하면 블랙박스 녹화 버튼을 눌러 채증하도록 기사들에게 권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택시업계가 ‘차량 내 블랙박스 녹화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시대 변화에 따른 택시기사 폭행 발생 양상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택시 내 현금을 노린 택시 강도가 종종 있었지만 요즘은 카드로 요금을 결제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전 같은 강력 범죄는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반말을 비롯한 언어폭력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이를 적발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또한 심각한 언어폭력은 대부분 물리적 폭행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요즘은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택시의 불법 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해졌지만 택시 기사가 취객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측면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나아진 게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택시 운수종사자 폭행은 현실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실질적인 위험인데 녹음을 허용하면 이를 기사가 사적으로 악용할 것으로 보고 막는 것 자체가 정부가 택시 운수종사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 처우 개선에 대한 의지는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정부 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날 집회는 지난 4월 26일과 5월 10일 서울에서 발생한 택시 기사 폭행 사고로 기사 한 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이 의식 불명에 빠진 것을 계기로 관계 당국의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지난 10일 택시 노사 4개 단체가 합동 성명을 발표한 이후 산하 단체가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도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택시 단체가 각 정당과 지자체장 후보들을 상대로 택시 운수종사자 안전 확보 방안을 비롯해 택시 제도 개선 정책 공약 채택을 압박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