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갖춘 중소기업 기술로 폴란드와 협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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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갖춘 중소기업 기술로 폴란드와 협력해야”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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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아시아 학회’에서 관련 주제발표
▲ [참고사진]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안 학회 개별 세션으로 진행된 제6회 한국학 국제 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가 이뤄지고 있다.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지난달 14일, 폴란드 포즈난(Poznan) 아담 미츠키에비치 대학(Adam Mickiewicz University)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학회(the 1st Asian Congress)’ 주제발표 현장. 한 폴란드 청중이 연단에 선 발표자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폴란드 자동차 산업은 사실상 다국적 기업 하청 생산기지로 전락한 상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춘 한국기업과 협력을 한다면 결국 또 다른 하청 생산 구조를 만드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한국과 협력으로 폴란드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발표자가 이에 답했다. “폴란드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한국과의 협력은 대기업 위주가 아닌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향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상호이익적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못지않게 한국의 중소기업은 기술적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곳이 많다. 이들과 협력을 이뤄낼 수 있다면 양쪽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세계 6위 자동차 생산국 한국과 중동유럽(central and eastern Europe) 최대 시장을 확보한 폴란드의 자동차 산업 분야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달 13일부터 15일까지 폴란드 포즈난 아담 미츠키에비츠 대학에서 ‘제1회 아시아 학회’가 열린 가운데, 학회 주요 세션인 ‘제6회 한국학(인문·사회과학) 국제 컨퍼런스(6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Korean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에서 관련 주제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다뤄진 주제는 ‘격변하는 한국 자동차 산업-정부 친환경차 정책과 시장 동향(Changes in Korean Auto Industry-Government Strategies for Eco-friendly Vehicles and Market Trend).’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자동차 산업과 시장 동향을 최근 각광받는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짚고 미래를 전망하는 내용이 다뤄졌는데, 특히 폴란드 자동차 산업 현주소와 한국과의 협력 방안 및 가능성이 중점적으로 소개됐다.

발표에 따르면 폴란드는 자동차 시장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 기준 폴란드 영토(31만㎢)와 인구(3810만명)는 중동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크다. 국내총생산(GDP) 또한 6142억 달러로 세계 22위에 올라있다. 이런 배경을 등에 업고 자동차 산업도 규모를 키워나가는 중이다.

▲ [참고사진]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안 학회 전경

2016년 폴란드의 자동차(완성차 기준) 생산대수는 67만6342대로 세계 19위 수준이다. 승용차 55만4148대에 상용차 12만2194대가 각각 생산됐다. 중동유럽에서는 체코(135만대)·러시아(130만대)·슬로바키아(104만대) 뒤를 잇는다. 전년 대비 3.1% 증가했는데, 지난 2008년(101만대) 정점을 찍은 후 2014년까지 하강 곡선을 그리다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시장 판매는 50만4550대로 전년 대비 16.7% 증가했다. 2000년대 이후 30~40만대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시장 규모는 세계 22위다.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 산업이 전체 폴란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이고, 전체 수출 물량의 13%를 차지한다. 전체 산업인구 가운데 10%가 자동차 산업에 몸담고 있다. 폴란드 내에서 식품 산업 다음으로 큰 규모다.

폴란드 자동차 산업은 현재 서유럽 전진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전체 물량의 85%가 EU로 수출된다. 이중 독일이 30.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상용차 수출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EU 세 번째 버스 생산 국가다. 생산은 물론 시장 모두 국내 업체 보다는 글로벌 브랜드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승용차에선 피아트(25만6980대)와 오펠(20만1357대)·폭스바겐(9만5811대), 상용차에선 폭스바겐(8만9994대)·피아트(1만6500대)·만(1만5700대)이 각각 국가 전체 생산을 떠맡고 있다.

폴란드는 원래 자동차 산업 기반이 취약했던 국가였다. 그러다 1990년대 이후 정부의 적극적 투자 유치 노력으로 점차 산업 틀이 잡혀갔다. 특히 서유럽·러시아·우크라이나를 잇는 지리적 이점이 크고, 독일·체코·슬로바키아에 들어선 연관 산업 공장이 가까운데다 철도 교통이 발달해 EU 지역 글로벌 업체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체코나 독일 보다 인건비가 낮은 점도 매력적인 투자 지역으로 꼽히는 이유다.

▲ [참고사진] 폴란드 포즈난 도로 풍경

이런 여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폴란드 자동차 산업은 기대치 이하라는 평가다. 시장 또한 인구 등을 감안할 때 최대 연간 100~130만대 수준을 예상할 수 있는데도 현실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에 따르면 폴란드는 글로벌 육성 가능한 자체 브랜드가 없는데다, 글로벌 기업이 산업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종속 구조가 심해 내수와 수출이 불안하다. 자칫 글로벌 브랜드 전략에 따라 산업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현지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GM이 철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 업체 부재로 가격이나 사양 등을 폴란드 국민 생활수준과 여건에 맞춘 차량이 적재적소 판매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 포즈난 현지에서 만난 한 시민은 “폴란드인이 원하는 사양 등을 갖추고 가격도 합리적으로 책정된 차량을 구입하려고해도 마땅히 찾기가 어렵다”며 “국내 생산 차량 대부분이 글로벌 브랜드가 만들어서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성장 잠재력이 높은 폴란드 자동차 산업을 육성시키는 데 한국이 기여할 부분이 많을 것이란 게 이번 주제발표 핵심이다. 한국은 세계 5위를 기록했던 생산 규모가 최근 인도에게 추월당하며 6위로 내려앉은데 이어 올해를 기점으로 멕시코에게도 따라잡힐 가능성이 크다. 내수 시장 또한 점차 정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장 동력을 다시 찾지 않으면 장기적인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동유럽(CEE)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투자유망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데, 이들 CEE 신규 국가 가운데 폴란드는 여타 국가보다 시장 규모가 압도적”이라며 “한국과 폴란드 교역 및 투자 규모가 CEE 가운데 가장 큰 상황에서, 한국과 EU 간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본격화되면 양 국가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발표문은 친환경차 중심 한국과 폴란드의 협력에 주목하고 있다. 친환경차 가운데 전기차는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분야다. 기술 개발은 물론 시장 확대가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데, 글로벌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 중국 등의 후발주자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폴란드 또한 내연기관 보다는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에 집중하는 것이 산업 발전을 이루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폴란드가 한국과 전기차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상대는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이 낫다. 중소기업과 협력하면 폴란드가 수직이 아닌 수평 관계를 형성해 상호 발전을 모색할 수 있어서다.

▲ [참고사진] 폴란드 포즈난 도로 풍경

주목할 것은 한국 대기업 못지않게 우수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이들 중소기업은 적절한 투자 교류가 이뤄지면 기술 전수에 의욕적이고, 현지 생산 체제 구축에도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자체 확보 기술로 선진 시장을 개척해 협소한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길 원한다. 실제 컨퍼런스 주제발표에서 몇몇 전기차와 전장부품 제조 중소기업이 사례로 제시됐는데, 폴란드 현지 기업과 자동차 업계 관계자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냈다.

전기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중소기업은 이미 동남아와 북미 지역 등에 진출해 성공하는 사례를 남기고 있다”며 “이들 업체는 탁월한 자체 기술력을 갖춰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이전에 유리한데, 대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일방적 협력이 아닌 윈-윈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아시아 학회 또 다른 세션인 ‘일본학 국제 컨퍼런스’에선 친환경차에서 나오는 폐배터리 회수와 재활용 문제가 주제로 다뤄져 눈길을 끌었다. 유정수 도후쿠 대학 국제문화대학원 교수는 “하이브리드차 생산대수가 1000만대를 넘기는 등 친환경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서히 폐차와 폐배터리 문제가 주요 자동차 산업 국가 해결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일본 또한 동일본대지진으로 물에 잠겨 아직 꺼내지 못하고 있는 친환경차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기타 차량에서 나오는 폐배터리까지 더해 효율적인 처리와 재활용 방안이 정부 차원 모색되고 있는데, 한국도 곧 같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 분명한 만큼 대책 마련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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