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창간기획] 친환경교통-완성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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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창간기획] 친환경교통-완성차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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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보급 전년比 111.84% 증가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주행거리 늘고 가격 낮아지자 … 전기차 수요 급증했다

#올해 7년 타고 다니던 디젤 스포츠다목적차량(SUV)을 처분하고 전기차를 구입한 정문정(41·제주)씨. 5개월 동안 몰아보니 전기차가 정말 만족스럽다고 했다. 정씨는 원래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 컸던 소비자였다. 주행거리가 짧은데다 주행성능도 가솔인이라 디젤 차량 보다 떨어질 것이라 생각 들었다. 정씨에게 전기차는 그저 그런 성인의 고가 장난감 정도로 치부됐던 존재였다.

정씨가 전기차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난 건 지난해 일이다. 우연히 찾은 자동차 대리점에서 신형 전기차를 만나고부터 ‘전기차가 일반적인 자동차와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단다. 정씨는 “보통 100km 정도로 생각했던 전기차 주행거리가 300km를 넘긴다는 사실에 놀랐다. 전기차는 치고 나가는 힘이 오히려 디젤차 보다 좋다는 점도 새로 알게 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친환경차 시장 2막이 올랐다. 전기차는 주행거리와 성능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고,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물론 수소전기 등 다양한 친환경차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이 적용된 신차가 선을 보였다.

국내에선 전기차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서다. 르노삼성차 ‘SM3Z.E.’와 현대차 ‘아이오닉EV’가 일반 소비자 관심을 전기차로 끌어들였다면, 지난해 출시된 한국GM ‘볼트EV’는 전기차 성능에 대해 일반 소비자가 갖고 있던 불신을 걷어내고 대중화를 이끈 선봉장으로 꼽힌다. 볼트EV는 한 번 충전으로 383km를 달릴 수 있다. 직전까지 나온 여타 경쟁 모델 보다 2~3배 길다. 지난해 563대, 올해 들어선 9월까지 4695대가 각각 팔렸다. 전년 동월 대비 1028.6% 증가했다.

 

올해는 차량 제원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올 초 출시된 현대차 ‘코나EV’는 완전 충전하면 406km를 달릴 수 있다. 기본 모델 보다 350만원 저렴한 라이트패키지 모델도 1회 충전으로 254km를 달려 웬만한 경쟁 모델을 압도한다. 당초 현대차는 올해 판매량을 1만2000대로 잡았는데, 사전계약 한 달 만에 1만8000대가 판매되자 예약접수를 잠정 중단했다. 7월에는 기아차가 ‘니로EV’를 내놨다. 한 번 충전에 385km 주행이 가능해 볼트EV 성능을 넘어섰다. 기존 전기차 대비 실내 공간이 넓어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택시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 좋은 신차가 잇달아 출시되자 기존 모델들도 상품성을 개선하며 반격에 나섰다. SM3Z.E.는 주행거리를 200km 이상으로 키운 신차가 나왔고, 아이오닉EV 또한 주행거리를 연장하고 상품성을 강화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내년 이후에도 기아차 ‘쏘울EV’ 등이 나올 예정이라 당분간 치열한 신차 경쟁이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은 아직까진 국산차 텃밭이다. 볼트EV를 제외하곤 국산차에 대적할 만한 수입 모델을 찾아볼 수 없다.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게 가장 요인으로 거론된다.

볼트EV가 출시되기 전까지 국내에 팔린 전기차는 국산과 수입 모델을 합해 6종이었다. 이들 차종의 평균 주행거리는 144.3km이고, 평균 배터리 용량은 22.6kWh였다. 그러던 것이 1년 만에 평균 주행거리가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차량 가격도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전기차 가격은 보조금을 받기 전 기준으로 2013년 대비 3.4% 떨어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초소형전기차도 각광받고 있다. 르노삼성차 ‘트위지’가 포문을 열었다. 도심지 소화물 운송이나 배달·택배 등에 특화돼 향후 수요가 꽤나 많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초소형전기차는 일반 차량 보다 구조 등이 단순해 자동차 제작 경험이 적은 중소업체 진입이 비교적 수월하다. 실제 소위 ‘야쿠르트 아줌마’가 몰고 다니는 카트를 제작하는 대창모터스가 ‘다니고’를 내놨고, 차량 전장부품 기업 캠시스는 내년에 출시하는 ‘쎄보-C’를 최근 공개했다.

 

좋은 차가 나오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 9월까지 판매량은 국내업체(2만411대)와 수입업체(161대)를 합해 2만572대로 전년 동기(9711대) 대비 111.84% 증가했다. 아이오닉EV(4955대)가 가장 많이 팔린 가운데, 코나EV(4727대)와 볼트EV(4695대)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잇고 있다. 니로EV(2132대)와 쏘울EV(1745대)는 물론 SM3Z.E.(983대)와 트위지(1174대) 또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9월의 경우 코나EV(1382대)와 니로EV(1066대)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생산이라 시장 수요에 제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두 모델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볼트EV는 해외 생산 모델이라 공급에 기복이 생길 수 있다. 실제 9월에는 70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제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 따라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고준호 교수는 2030년까지 승용차·택시·버스를 망라해 2030년까지 최소 30만7000대에서 최대 40만1000대까지 누적 보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 교수는 2040년에는 74만2000대에서 116만1000대, 2050년에는 137만7000대에서 250만대가 각각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관건은 차량 성능. 향후 보급이 더욱 늘어나기 위해선 지금보다 차량 성능이 더욱 개선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2020년 이후 주행거리가 500km에 이르는 새 모델이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2030년 이후에는 한 번 충전으로 500km 이상을 달려 사실상 내연기관차와 대등한 수준을 갖출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전비 또한 현재 kWh당 5.5km 수준이던 것이 2020년 이후에는 7.0km 이상으로 향상되고, 2030년 이후에는 9.0km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주행거리와 전비가 개선되면 택시와 같이 영업용 차량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 택시는 일찍부터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여겨졌다. 택시의 경우 2030년까지 법인과 개인을 합해 7만대 정도가 전기차로 교체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 버스 또한 최근 한국과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주행거리가 길어지고 충전시간은 짧아진 모델이 연이어 선보이면서 보급에 탄력을 받고 있다. 전기버스 보급은 2035년경 최대 7만4000대가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현재도 시판 모델보다 주행거리가 훨씬 더 긴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무게가 가벼운 고밀도 배터리를 상용화해야 하는데 2020년 이후에는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져 보급이 더욱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국내 전기차 시장 잠재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은 매년 큰 폭 성장을 기대했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별로 주행거리와 전비는 물론, 안전·편의사양을 강화한 상품성 좋은 새 모델 출시가 경쟁적으로 이뤄질 것이 예상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전기차 신청은 지난 1월에만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2만대가 모두 예약될 만큼 증가했는데, 가성비가 높지 않으면 시험적인 성격이 짙었던 전기차를 선택하지 않던 소비자 패턴을 감안하면 기존에 문제로 꼽혔던 전기차 단점이 많이 사라진 것이 영향을 줬다”며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인 차량이 잇달아 출시되고, 여기에 충전이나 AS 인프라 등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해 갖춰진다면 향후 전기차 시장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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