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중매체 속 교통, 미래 교통인력 양성의 모티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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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중매체 속 교통, 미래 교통인력 양성의 모티브가 되길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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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영 한국교통연구원 대외협력·홍보실장
 

[교통신문] TV드라마 ‘모래시계(1995년)’는 ‘귀가시계’로 불리며 국민의 상당수를 TV앞으로 불러 모았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년)’을 통해 건축에 관심이 생긴 청소년들은 그 해 건축학과 입시경쟁률을 높였고, TV드라마 ‘하얀거탑(2007년)’의 인기로 하락세였던 흉부외과 지망 의대생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화나 TV프로그램의 촬영지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뉴스가 전파를 타는 등 전 세계적으로 대중매체는 사람들의 문화, 여가, 취미활동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한 편의 영화는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기도 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일에 힘이 되기도 하고 인생의 참맛을 선사하기도 한다.

‘건축학개론’처럼 영화 ‘교통학개론’이 연일 매진돼 교통학도가 넘치고 교통전문가들이 역량을 한껏 펼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가? 과거에 비하면 안전의식이 향상돼 TV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속 위험한 장면이 많이 감소했지만 여전히 출연자들이 트럭의 적재 공간에 앉아있거나, 운전자가 옆 사람을 몇 초씩 쳐다보며 이야기를 하거나, 급차로 변경 및 신호위반을 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화는 어떠한가? 영업용 택시가 시속 220km로 시내를 질주하고(택시, 1998년), 폭탄이 설치된 버스가 LA 시내를 돌진하며(스피드, 1994년), 테러범에 의해 지하철이 통제 불능이 되고(튜브, 2003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곳은 기차 안이며(부산행, 2016년), 귀가하는 길 생사기로에 선 장소는 터널 안이고(터널, 2016년), 보안이 가장 강력해야 할 대통령 전용비행기가 공중납치를 당하는(에어포스 원, 1997년) 등 교통수단이나 시설의 안전 붕괴가 영화전개의 주요 배경이 되는 사례가 많다.

자동차 추격 장면에서는 차량이 보도를 덮치기도 하고 역주행이나 훔쳐 타기, 기물파손, 차량 전복 및 폭발사고 등이 공공연히 이루어진다. 하긴 쫒기는 입장에서 누가 교통신호를 지키고 보행자를 보호하며 차에 흠집 하나 없이 주행할 수 있을까?

이렇듯 상업영화 제작사는 흥행과 이윤추구를 위해 치밀한 대본을 만들고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하여 위법에 해당하는 매우 위험한 장면을 만든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소재로 교통수단과 교통시설이 이용되는 ‘훈훈한 영화’는 없는 것일까? 왜 없겠는가, 다만 그 기억이 관객들에게 오래 동안 남아있지 않을 뿐이다.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꾼다고들 한다.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와즈다(2012년)’가 상영된 이듬해에 여성도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율법을 개정하였다. ‘택시운전사(2017년)’가 없었다면 우리 역사의 아픔이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뉴욕 JFK 공항을 커다란 집으로 생각하고 9개월이나 생활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터미널(2004년)’은 공항에서 벌어지는 따뜻한 일상과 각박한 현실을 그려내어 공항종사자들의 공감과 찬사를 받았다. 과거 영화 속 상상으로 등장했던 미래의 교통수단이 실현되는 일도 종종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전격 Z작전(1982~1986년)’의 ‘키트’는 자율주행차로, ‘백투더 퓨처(1987년)’의 ‘플라잉 호버보드’는 1인용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으로 등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영화 007 시리즈의 열성팬은 영화 속 수중자동차를 2008년 ‘스쿠바’라는 이름으로 출시하였고, 1920년대 영화에 등장하였던 ‘제트팩’은 ‘아이언맨(2008년)’을 통해 개인용 비행장치로 발전하고 있다.

미래의 영화는 어떤 내용으로 전개 될지 궁금하다. 자율주행차량의 도심질주 장면에서 횡단보도 보행자와 마주쳤을 때 차량 스스로 판단하여 급 진로변경을 할 것인지, 최악의 경우 노인과 어린이 중 어느 쪽으로 방향을 바꿀지 말이다. 최근 MIT 연구진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자율주행차의 딜레마, 누구부터 살려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1위 유모차 끄는 사람, 2위 소녀, 3위 소년, 6위 여성 의사, 10위 남성 경영인, 11위 일반 성인 순이다. 13위인 비만 남성과 16위인 노년 여성은 17위 개, 19위 고양이를 겨우 앞설 뿐이었다.

자율주행차의 윤리기준에 대하여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생명의 가치를 나이로 판단하는 일은 옳지 않다. 미래에는 교통시스템이 더욱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교통학문의 우선가치에 대해 토론하는 장면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대중매체가 전하는 교통의 긍정적 자극을 통해 더욱 많은 이들이 교통학문에 매력을 느끼게 되고 나아가 교통전문가가 넘치는 세상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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