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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화물운송사업 ‘위수탁제’ 태풍의 눈 되나

기사승인 201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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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입제 개선’ 대통령공약 시작으로 정부·화물연대 나서 전방위 이슈화

- 물류공생발전협의체, 대안 논의 본격화

- 차주 ‘청와대 국민청원’ 수백건 줄이어

- 변화 속도 빨라 제도 존폐 예측 불가능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기반이자 화물운송사업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위수탁제’가 흔들리고 있다. 끊임없는 바람 앞에 놓인 고목처럼 뿌리까지 드러난 양상이다. 아니 거대한 허리케인의 핵이 다가오고 있다고도 할 만하다.

화물운송사업자를 둘러싼 거의 모든 환경적 요소가 시간이 흐르면서 위수탁제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화물운송사업 허가제 전환에 따른 공급 제한의 여파로 화물운송사업자와 위수탁 차주 간 갈등관계가 급증하면서 노출된 제도적 취약성은 두차례 물류대란을 겪으며 화물연대 등에 의해 화물운송 부문 주요 이슈로 부각했고, 현 정부 출범 직전 ‘지입제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 후보의 공약집에 목록을 올려놓기에 이르렀다.

그런 일련의 흐름은 현 정부의 친노동정책에 편승,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체적인 변화의 요구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화물연대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약 5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화물노동자 총력투쟁 선포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제시된 화물연대의 주장에는 안전운임제 전면 실시, 노동기본권 보장 등과 함께 ‘지입제 폐지’가 포함됐다. 그러면서 향후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입제 폐지, 즉 위수탁제도를 없애자는 것이었다.

화물연대가 민주노총의 울타리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특히 화물연대는 ‘선언과 투쟁’ 외 논리 확보를 위해 위수탁제도 전반에 대해 학계와 함께 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전열이 강화될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국토교통부와 한국무역협회, 한국교통연구원, 한국통합물류협회, 물류산업진흥재단 등이 참여해 지난 3월 구성된 ‘물류산업 공생발전협의체’에서는 ‘운송수단 다변화와 공유경제 개념을 포함한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 논의와 함께 기존 화물운송시장에서의 기득권을 해체하고 새로운 물류산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위수탁제도 개선을 비롯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기로 협의체 활동의 방향을 정한 바 있다. 이후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위수탁제 개선’ 과제는 언제, 어떤 형태로든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법 제정 추진에 기존 화물운송업계의 반발이 극심하기 때문에 전도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위수탁제도에 대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선 화물차주들은 훨씬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약 300건의 ‘지입제 폐지’ 민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서 차주들은 위수탁계약과 관련된 부당한 금전관계를 토로하며 ‘지입제 폐지’를 필연적인 대안으로 지목하고 있다.

‘위수탁제 폐지’ 요구에는 차주의 경제적 피해와 운송회사의 갑질이 공통분모로 돼 있다. 이에 대해 화물운송업계는 ‘화물운송회사의 특정 경제행위에 소요되는 비용은 감안하지 않고, 차주의 경제적 부담만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그 자체를 피해로 인식한 결과’며, 또 문제로 제기된 부분은 업계 일각의 탈선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에 우선한다’는 정부여당의 정치적 이념은 이미 ‘을’의 목소리에 다가 서 있어 청와대 국민청원이 계속 반복, 축적될 경우 자연스럽게 주요 이슈로 부각될 소지가 없지 않아 보인다.

개별화물업계 등 타 화물운송업계의 비판적 시각도 엄존한다. 업계 간 이해관계가 걸리는 민감한 사안이 돌출될 때마다 ‘위수탁제도’는 ‘전가의 보도’처럼 일반화물업계를 공격하는 수단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위수탁제도에 관한 올바른 이해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가가 화물자동차의 유상운송 권한을, 일정한 자격을 구비한 화물운송사업자에 부여하면서 책임과 의무를 함께 규정한 바, 이를 획득하지 못한 자가 사업용화물운송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본 조건으로 화물자동차를 확보해 화물운송업체에 소속돼 관리대상이 되도록 한 것이 위수탁제도다.

화물차는 차주 소유지만 화물차에 대한 경영권은 회사에 두도록 한 것이므로 위수탁제도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제도는 과거 일제 강점기 지입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돼 우여곡절을 겪으며 우리 시장에 정착됐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부작용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부작용은, 화물운송업체가 소위 ‘을’의 지위에 있는 차주에 비상식적인 비용 부담을 씌워 반발을 촉발시킨 것이며, 여기에 더해 차주의 통상적 활동과 재산권 제한·침해 등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화물운송사업이 노선운행을 하는 버스나 지역 내 사업구역을 배회하며 영업을 하는 택시와 달리 전국을 사업구역으로 하면서 운행경로나 운행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운송특성에다, 시장 참가자들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해 회사와 차주 간 역할이 명확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제도가 갖는 장점 또한 뚜렷하다는 판단도 위수탁제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해 왔다.

위수탁제에 관한 해묵은 시시비비는 2000년대 들어 심화돼 조직화한 지입차주들의 이의 제기, 관련 민원, 비판적 견해 등이 본격적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그 결과 2014~2015년 ‘지입차주의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제도의 틀속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꾼’ 일대 개혁이 진행됐다. 이 때 새로 규정된 차주 보호장치는 실로 눈부신 것이었다.

대표적인 규정으로, ▲운송사업자 귀책사유로 인한 허가 취소 또는 감차 시 차주에 대한 운송사업 허가 ▲차주와의 계약기간 2년 이상 ▲정당한 사유없는 위수탁 계약 해지 제한 ▲불공정한 계약 무효 ▲현물출자 차량에 대한 압류 금지 ▲현물출자 차량은 차주 동의없이 매도 또는 저당권 설정 금지 등으로 위수탁 계약과 관련해 차주의 권리와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주사무소 이전 시 즉시 번호판 교체 및 봉인 신청 ▲번호판 훼손 및 차주에 교부 거부 시 운송사업자 처벌 ▲차주가 타 사업자와 동시에 1년 이상 운송계약 체결 제한 금지 ▲타 업체 및 주선업체 물량 수탁 허용 ▲차주 요청시 즉시 대폐차 신고 ▲대폐차 시 차주 동의서 제출 의무화 ▲양수도 비용 차주 전가 금지 ▲양도 합병 시 기존 차주 권리 의무 승계 및 차주 동의서 제출 의무화 등 사실상 차주의 요구 전부를 수용했다.

당시 사업자측에서는 “더 넣을 것이 없을 때까지 담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넣고 담을’ 전제조건을 없애자는 위수탁 제도 ‘폐지론’과, 있으나 마나 하는 수준까지 허물자는 ‘개선론’이 압도하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우리 화물운송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 사회 각 부문의 변화가 워낙 파격적이며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는 점은 화물운송시장의 미래 예측을 더 어렵게 한다. 이 변화가, 화물운송사업 안정과 미래 발전을 위한 선택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지 현재로써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저작권자 © 교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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