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도입 서둘러야
상태바
[칼럼]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도입 서둘러야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9.0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교통신문]2018년은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과 단속기준이 획기적으로 강화된 해였다. 음주운전자에 의한 한 젊은이의 희생을 두고 국민들은 분노했으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주문했다. 결국 2018년 11월 29일 가칭 윤창호법이라고 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11의 위험운전 치사상죄의 법정형이 대폭 상향 조정되고, 12월 7일에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의결해 음주운전 단속기준이 0,05%에서 0.03% 낮춰졌다.

윤창호법이 입법되는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음주운전은 범죄라는 인식이 각인되면서 2018년도 음주운전 사망자수는 전년 대비 93명이나 줄어들었다. 새로운 음주운전 단속기준은 올해 6월 25일부터 시행된다. 올해도 음주운전 사고율이나 사망자수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2002년 혈중알콜농도 단속기준을 0.03%로 강화한 이후 음주운전 사고율이 78%나 줄었다. 그러나 2010년까지 꾸준히 줄어들던 음주운전 사고가 더 이상 줄지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음주운전은 다른 유형의 법규위반보다 재범률이 높다. 매년 20만 명 이상이 음주운전으로 단속되고 있지만 음주운전 감소폭은 크지 않고 2회 이상 음주운전 재범률이 45%에 이른다. 둘 중 한명은 재범자라는 의미다. 해를 거듭할수록 4회 이상 음주운전 위반건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단속기준을 강화하고 처벌형량을 높였지만 그것만으로는 재범률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음주운전을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하면 자의적인 해결을 기대하는 것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도입이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이며, 현재 경찰청도 시동잠금장치의 법제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는 음주운전 재범자나 상습자의 자동차 운행을 막기 위해 자동차에 설치하는 호흡측정 장비를 말한다. 혈중 알콜농도 측정기와 자동차의 시동장치를 연동한 것으로 운전자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미국은 1986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처음으로 시동잠금장치 법안을 시행했으며 운전자에게 설치를 강제한 후 음주운전 재범률이 95%나 줄었다. 프랑스는 2010년부터 신규 등록된 버스와 어린이 통학버스를 대상으로 시동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했고, 2015년 1월부터 모든 버스에 확대 적용되었다. 다만, 네덜란드는 2011년 음주운전시동잠금장치를 의무화 했지만 최고재판소가 이중처벌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위헌이 결정됨에 따라 형벌은 폐지되었고, 운전면허 발급기관의 행정처분 목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관련 개정법률안이 모두 네 건 계류돼 있다. 두 건은 도로교통법 개정법률안이지만, 교통안전법과 자동차관리법 개정안도 있다. 교통안전법에 음주시동잠금장치 규정을 두는 것은 설치비용의 정부지원이나 조세특례 적용을 용이하게 할 목적이며,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프랑스처럼 대형 버스와 어린이 통학버스 등 특정 차종에 설치되어 출고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장비의 설치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것은 대당 200만원 정도 되는 비용과 운전자 위치정보의 실시간 전송으로 인한 통신료, 유지관리비를 누가 부담하며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이다. 잘못을 저지른 운전자에게 부담케 하는 것이 타당성은 있으나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 설치 및 유지관리 등에 따른 비용부담의 문제와 운전자의 반발을 고려한다면, 2회 이상 재범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취소처분에 따른 결격기간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대신 그 절반의 기간과 원래 부과되는 결격기간동안 의무적으로 장착케 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사례처럼 이미 음주운전에 따른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을 받은 상태에서 또 다른 형태의 형벌을 부과한다면 이중처벌이 될 수 있는 위헌소지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스웨덴이나 프랑스처럼 운전면허 결격기간 단축을 통해서 대상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좋은지, 아니면 북미나 호주처럼 위반횟수 등에 따라 부착기간을 법률로 정하여 모든 음주 운전자를 대상으로 강제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이 타당한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EU는 모든 음주 운전자에게 2020년까지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할 것을 회원국에게 촉구하고 있다. 음주운전 사고를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재범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입법방향을 정하고,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도입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객원논설위원·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