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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제주도 렌터카 총량제’ 무엇이 문제인가

기사승인 201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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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감차 미이행 업체 운행정지처분에 업체들 소송으로 맞서

- 도내 렌터카 전체 차량의 8.7%, 운행정지처분 차량은 1%도 안돼

- 교통체증 완화 내세웠지만 업체 간 이해관계 영향 커 의견 많아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제주도 렌터카 총량제 문제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수립한 ‘자동차 대여사업 수급조절 계획’에 따라 감차를 이행하지 않은 렌터카 업체에 운행제한 조치를 내리려고 했던 도의 계획은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법원이 지난 27일 롯데렌탈 등 렌터카 5개 업체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차량운행제한 공고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다.

이후 렌터카 총량제 찬반 세력간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제주도 렌터카 총량제를 추진 또는 지지하는 입장인 도와 도내 중·소 렌터카 업체는 ‘도에 진출한 대형 업체가 렌터카 증가로 인한 교통체증 문제 등 사회적 책임에 눈감고 있다’고 비판하는 반면 소송을 제기한 대형 렌터카 업체 측에서는 ‘재량권을 남용한 조치로 기업의 재산권을 위법한 방식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최근 제주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은 전국렌터카연합회에서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렌터카 총량제 문제를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살펴본다.

지난해 9월 제주지역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교통수요관리를 위해 시행된 제주도 렌터카 총량제는 도내 렌터카 차량 6천여대를 줄이는(감차) 것이 핵심이다. 도는 이 같은 렌터카 총량제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도지사에 렌터카 수급조절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제주특별법을 개정했다.

이후 도가 용역을 진행한 결과, 제주의 적정 전체 차량대수는 39만6천대로 이중 렌터카는 2만5천여대가 적정하다고 나왔다. 이에 따라 2017년 말 렌터카 등록 기준 3만2천대에서 6000대를 올해 6월까지 감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행 방법으로는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것과 기존 차량을 감차하는 방식 두 가지가 제시됐다.

하지만 애초 ‘자율감차’ 원칙으로 추진된 렌터카 총량제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자 도는 감차 미참여 자동차대여사업자에 대한 차량운행제한 및 전기차 구입 보조금 배제 조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롯데렌탈 등 5개 업체는 지난 14일 제주지방법원에 운행제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고, 2주일 만인 27일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운행제한조치는 본안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정지됐다. 도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제주도 교통체증, 렌터카가 원인인가

제주도 렌터카 총량제 시행의 핵심 목적은 지역의 교통 체증을 해소하는 것이다. 도가 지난해 9월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도는 렌터카 총량제 취지에 대해 “제주도는 꾸준한 인구유입과 관광객의 증가에 따라 렌터카를 비롯한 자동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에 따라 교통혼잡 수준이 심각하여 교통혼잡의 주 원인이 되는 렌터카에 대하여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 내 렌터카는 2013년 이후 매년 3000대 이상씩 증가해 2017년 말에는 3만2053대가 등록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추세로 증가할 경우 2025년이면 도내 렌터카가 5만여대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대형 렌터카 업체 측은 제주도가 극심한 교통체증 지역이라는 것과 이러한 교통 체증의 주 원인이 렌터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은 “2017년 기준 도내 전체 등록차량 대비 렌터카 점유 비율은 8.7%에 불과하며, 이번에 도가 운행 제한 조치를 취한 차량은 1847대로 제주도 전체 차량의 1%에도 미치지 않아 교통체증 해소 목적 달성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한 운행제한에 따른 부담을 도내 전체 자동차에 고르게 분산해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취하지 않고 감차에 참여하지 않은 자동차대여사업자가 보유한 렌터카에 대해서만 운행을 제한하는 방법을 취한 것은 ‘최소침해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며, 전체 1%에도 못 미치는 대수의 운행제한으로 교통체증의 해소라는 공익을 기대할 수 없는 반면 업체들이 입는 피해는 돌이킬 수 없어 ‘상당성의 원칙’에도 위반되는 조치라고 지적한다.

이 같은 주장은 법원도 가처분 신청 판결에서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처분의 효력으로 신청인들에게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지만 처분의 효력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가처분 인용 결정 이유를 밝혔다.

대형 렌터카 측은 감차 조치가 회사의 영업 손실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업체 및 차량 선택권도 제한될 수 있어 임대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절차에서 문제는 없었나

제주도가 렌터카 총량제와 운행제한조치를 취하는 법적 근거로는 자동차관리법 제25조와 제주특별법 제427조의 2, 제432조 등이 있다.

먼저 자동차 대여사업의 수급조절계획의 수립 등에 관한 특례를 규정 하고 있는 제주특별법 제427조의 2에 따르면, ‘자동차대여사업의 등록(신규 또는 변경 등록)을 3년의 범위에서 일정 기간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도에 직접적인 감차 권한은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도 사실상 감차 조치의 총량제를 시행하면서도 ‘감차’라는 표현 대신 ‘자율감차’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송 대리인 측은 “법에서 감차 권한을 배제한 이유는 렌터카 수급조절을 통한 공익과 대여사업자의 사익 사이 균형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수급조절을 위해 도가 사용할 수 있는 법적 수단에 한계를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의 운행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자동차관리법 제25조도 1항 2호에서 ‘극심한 교통체증 지역의 발생 예방 또는 해소’해야 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국토부장관이 경찰청장과 협의하여 자동차의 운행 제한을 명할 수 있다고 나온다.

제주특별법 제432조는 이 같은 국토부 장관의 권한을 제주도지사에게 부여하고 있으며 도지사 또한 관할 지방경찰청장과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송 대리인 측은 제주도가 이 문제를 놓고 제주지방경찰과 협의를 통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을 뿐더러 감차를 이행하지 못한 자동차대여사업의 인적 사항을 기초로 운행제한처분을 내리고 있어 위법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제주 지역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은 도의 렌터카 감차 조치 계획에 대해 ‘도내 극심한 교통체증의 요인으로 보기 힘들다’며 차량 운행 제한 및 과태료 부과에 난색을 표명했다. 경찰 또한 렌터카가 제주지역 교통체증의 원인이라는 도의 진단에 사실상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운행제한처분의 법적 성격은 지역과 차종에 내리는 ‘대물적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감차에 참여하거나 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인적·주관적 사정의 차이를 근거로 처분을 하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는 위법한 처분이라는 지적이다.

▲도내 렌터카 업체간 갈등

‘제주도 도시교통정비 중기계획’(2019~2023)에 따르면, 제주도 대중교통 분담률은 2017년 14.7%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렌터카 분담률은 65%로, 제주도 관광객 10명 중 7명이 이동수단으로 렌터카를 활용하고 있다. 도는 2023년까지 대중교통 분담률은 20%대로 올리고 렌터카는 45%대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렌터카 총량제 이행을 위한 운행 제한 조치가 좌절되자 가장 크게 반발하고 나선 곳은 도내 중·소 렌터카 업체들이다. 이들은 소송에 참여한 대형 렌터카 업체 영업소 앞에서 삭발식을 하는 등 항의 시위를 열며 렌터카 총량제에 동참하지 않은 업체를 강력 규탄하고 있다.

제주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은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지난달 20일 전국렌터카연합회에서 탈퇴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렌터카 총량제의 표면적 명분으로는 지역 교통 체증 문제 해소를 내걸었지만 그 배경에는 중·소 렌터카 업체와 대형 렌터카 업체간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나온다.

이번에 제주도가 운행제한을 내린 차량은 렌터카 40개 업체, 총 1847대로 이 중 소송에 참여한 5개 업체의 감차 대수 물량은 약 700여 대로 전체 약 38%에 해당한다.

제주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에 따르면 도내 128개 업체 중 119곳이 렌터카 총량제에 동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차량 100대 이하 보유 업체의 경우 감차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등 소규모 업체는 총량제 시행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또한 이와 관련해 대형 렌터카 업체들이 소규모 업체를 인수, 합병해 감차 대상 물량을 자회사에 넘기는 식으로 감차를 무력화하는 편법이 나타나기도 했다.

도내 중·소업체는 감차를 하면 차량을 중고로 매각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전국에 영업소를 두고 있는 대형 렌터카 업체들은 감차 대상 차량을 타 시도로 돌리면 되지 않냐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형 렌터카 업체 측은 이미 각 지역 수요에 따라 렌터카가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도내 운행 제한된 차량을 타 시도로 돌리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아울러 차량 대수에 따라 차고지를 확보해 놨는데 강제 감차로 해당 차량 대수만큼의 부동산의 경제적 피해도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에 진출한 대형 렌터카 업체들이 도에서 거둔 이익을 지역에 투자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도 읽힌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이 제주영업소에 발생한 이익금 전부를 본사로 가져가면서 도내 업체이 참여하는 총량제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30일 제주도 자동차대여사업조합은 기자회견 열어 대형 렌터카 업체가 제기한 운행정지 집행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의 판단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들은 "재판부는 5개 대형 업체 렌터카 700대를 운행 정지시키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이미 76개 업체에서 2049대의 렌터카를 감차한 상태라 이미 감차한 업체가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며 감차에 동참한 업체들은 이미 2490대를 중고차로 매각했고 2069대가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저작권자 © 교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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