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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법 시행에도 법 사각지대 여전히 존재

기사승인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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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차 중심 참여 절반에 그쳐 문제

- 강제성 없어 업체 늑장 대응 방치돼

- 보호 받지 못해 피해 본 소비자 많아

- “징벌적 손해배상 등 대책 마련돼야”

   
▲ 지난 4월 서울 소재 한 폭스바겐 서비스센터를 찾은 김모씨 소유 골프. 김씨는 변속기 계통 문제로 1년 넘게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올해부터 시행 중인 신차를 구입했을 때 1년 또는 2만km 미만 주행하는 동안 똑같은 문제로 고장이 반복 발생했을 때 자동차 제작사가 교환이나 환불해주는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이하 한국형 레몬법)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입차 브랜드 절반이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사실상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기면서 적지 않은 소비자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5월말 까지 한국형 레몬법을 적용한 수입차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산하 24개 브랜드 중 BMW, 롤스로이스, 미니, 토요타, 렉서스, 재규어, 랜드로버, 닛산, 인피니티, 볼보, 혼다, 캐딜락 등 12곳에 불과하다. 수입차 1위 판매 브랜드인 벤츠를 비롯해 나머지는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산차의 경우 주요 5개사 모두가 동참하고 있는 상태다(6월 1일 기준).

앞서 국토교통부는 한국GM을 비롯해 벤츠, 포드, 링컨, 아우디, 폭스바겐,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이 현재 중재규정 수락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에 4월과 5월 중에 수락서 제출은 물론 제도 적용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대부분 6월 들어서도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해 한 수입차 한국법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제도 도입에 앞서 판매·계약 시스템과 AS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정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 적용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형 레몬법을 수용한 업체와 브랜드 모두 서면동의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고, 새롭게 도입되는 해당 제도가 보다 원활하게 시행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판매와 서비스 관련 직원 등 내부 관계자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레몬법 수용 시점이 다르다보니 브랜드마다 적용 시기는 천차만별이다. 비교적 가장 늦은 5월 초 수용의사를 밝힌 캐딜락은 4월 1일 이후 판매된 모든 모델에 소급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관련해 김영식 캐딜락코리아 대표는 “한국형 레몬법 제도가 원활히 시행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내부 관계자 교육을 실시 중이며, 세일즈부터 AS까지 모든 부분에서 고객이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 2월 중순 수입차 가운데 가장 먼저 적용 의사를 보인 BMW·롤스로이스·미니는 소급 적용 시점을 1월 1일로 잡았다. 개정법 시행 시점에 차를 구입한 고객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주려는 취지라는 것이 BMW그룹코리아 입장. 롤스로이스의 경우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본사 CEO가 “한국형 레몬법 도입을 적극 검토한 결과 ‘세계 최고의 자동차’라는 명성에 걸맞은 최고 서비스와 고객 신뢰를 위해 전격 도입을 결정했다. 고객을 최우선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제조사이자 럭셔리 산업을 선도하는 브랜드로서 레몬법을 선제적으로 적용한다”고 했다. 이밖에 3월부터 적용한 닛산, 재규어, 랜드로버, 토요타, 렉서스 등 또한 1월 1일까지 적용 시점을 소급해 혜택을 주고 있다.

국토부는 한국형 레몬법 참여 업체가 제도 시행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이미 참여한 업체와 브랜드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8% 수준이라는 점을 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시장 일각에선 차량 하자로 고통 받으며 피해 입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올해 2월 수입차를 구입한 정모(41)씨는 구입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차량 떨림 증상이 나타나면서 골치를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처음에는 어쩌다가 한 번씩 증상이 나타났는데, 점점 빈도수가 늘더니 이제는 주기적으로 동일 증상이 자주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공식 서비스센터를 두 번이나 찾았지만 해결은 되지 않았다. 정씨는 “한국형 레몬법이 올해부터 시행된다는 말에 적용을 받을 수 있을지 알아봤는데, 아예 브랜드 자체가 적용을 하지 않고 있어 마음을 접었다”고 했다.

4년 된 폭스바겐 ‘골프’를 타고 있는 김모(40)씨는 지난해 변속기 계통 결함으로 관련 부품을 통째로 교체한 경험이 있다. 김씨가 문제를 인지한 것은 앞서 차를 구입한지 1년이 안된 시점이었다. 모니터에 계속 변속기 오류 메시지가 떴는데, 차를 잘 알지도 못한데다 항상 몇 번 오류가 떴다가도 이내 사라져 무시하다시피 2년을 보냈다고 한다. 문제는 부품을 바꾼 지 1년도 안된 올해 또 다시 동일 증상이 나타났다는 점. 김씨는 “서비스센터를 찾았더니 1년도 안된 동일 부품을 또 교체하라고 했다.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한국형 레몬법 같은 제도가 일찍 시행되고, 법이 강제했다면 이런 동일 문제로 고통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화가 난다”고 했다.

법이 시행됐는데도 여전히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은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라 자동차 교환 또는 환불 요건을 갖추려면 하자가 발생했을 때 신차로 교환하거나 환불해 준다는 보장 내역이 포함된 서면계약이 선행돼야 한다. 계약서에 이런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업체 의지에 달렸다.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당초 국회에서 한국형 레몬법을 만들 때 과태료 부과 처벌 조항이 반영됐지만, 본회의 통과 전에 자동차 업계 반발로 빠졌다. 앞서 관련법을 도입한 미국 등이 교환·환불을 강제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일부 자동차 전문가들은 한국형 레몬법이 정착되고 효력을 발휘하려면 모든 업체와 브랜드가 반드시 적용하도록 강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호한 결함 규정을 손보고 제조사에 명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정부가 급발진 사고 조사에 대응이 늦었다는 이유로 토요타에 벌금 1조3000억원을 물린 게 대표 사례로 꼽힌다. 결함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가 이를 입증해야 하는 점도 개선 사항으로 거론됐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결함·하자 입증 책임을 제조사에 물릴 수 있도록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선 재판 전에 소비자가 업체에 관련 문서·자료 요구나 증인 심문 권리를 주고 있다. 재판 전에 결함 사실을 입증해 재판에 반영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영업비밀’이라며 업체가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결함을 입증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데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저작권자 © 교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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