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국내 최초 이층 전기버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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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국내 최초 이층 전기버스 공개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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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석 갖춘 친환경 버스 국산화 성공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지난달 29일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 낯선 버스 한 대가 등장했다. 같은 달 31일까지 열린 ‘국토교통기술대전’ 첫 날 현대자동차가 사상 처음 이층버스를 일반에 선보였다. 차체는 한 눈에 시선을 ‘확’ 사로잡을 만큼 육중했다. 단연 행사 기간 내내 모든 관람객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가 선보인 이층버스는 전기차다. 2015년부터 수도권 광역버스로 투입되고 있는 외산 이층버스는 디젤엔진을 달았다. 당연히 엔진 유형부터 차이가 크다. 외산이 승객 대량 수송에 초점 맞춰져 있다면, 현대차 이층 전기버스는 친환경까지 고려됐다. ‘운송’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김형진 현대차 상용선행연구팀 파트장은 “출퇴근 시간대 대용량 운송 수단으로써 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환경을 고려한 친환경 대중교통 수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됐다”고 밝혔다.

외관은 현대차가 앞서 내놓은 전기버스·수소전기버스와 비슷했다. 브랜드 친환경 버스 디자인 정체성이 그대로 투영됐다. 차체 옆면에는 대형 태극 문양이 입혀져 있었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국산 이층버스라는 점을 디자인 이미지로 부각시킨 것’이라고 현대차 관계자가 설명했다. 압권은 차량 앞모습이다. 1층과 2층을 하나로 연결시킨 것 같은 대형 유리창에 나지막이 탄성이 터졌다. 대형 TV 모니터를 마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차체외부 패널에는 경량화 복합소재가 적용됐다.

 

차량 출입문은 앞과 중간 두 곳에 마련돼 있다. 시내 돌아다니는 일반버스와 차이가 크게 느껴질 만큼 문은 넓고 높았다. 제원에는 앞뒷문 유효폭이 1200mm로 나온다. 두 사람이 동시에 타고 내리기에 충분해보였다. 저상구조라 출입문 바닥 높이도 낮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출입문 높이가 33.5cm라 몸이 불편한 노약자가 승하차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1층 운전석은 얼핏 보면 다른 현대차 버스와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천천히 하나하나 뜯어보면 차이가 컸다. 특히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 LCD모니터 계기판이 ‘첨단 버스’ 임을 실감케 했다. 운전자 시인성 확보를 위해 디지털 클러스터가 적용됐고, 차량 내·외부 상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실내와 실외에 각각 6개와 4개씩 카메라가 설치됐다. 화면은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 확인 가능하다. 안전장치로 ‘차량 자세 제어장치(VDC)’,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이탈 경고(LDW)’ 등이 적용돼 예방 안전도 높였다.

 

이층버스 특성상 여타 경쟁 모델과 마찬가지로 1층 공간 상당부분을 엔진 같은 부품이 차지해 좁았지만,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저상구조라 땅에 착 달라붙어 있는 것 같이 안정감이 느껴져 좋았다. 뒷문 바로 앞에는 휠체어 고정 장치 두 개가 마련돼 있었다. 시연을 위해 실제 휠체어가 놓여 있었는데, 일반인 통행을 방해할 만큼 공간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방진석 현대차 상용선행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석이 외산 경쟁 모델보다 1개가 많고, 휠체어 공간에 있는 접이식 좌석의 경우 경쟁 모델은 통로 쪽을 바라보지만 국산 모델은 국내 탑승객이 선호하는 앞을 보는 방식이다. 아울러 앞문 바닥 높이가 경쟁 모델보다 5mm 낮고 도어 유효폭도 더 넓은 장점을 갖췄다”고 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앞과 뒤에 있다. 가파르긴 했지만, 위험해보이지는 않았다. 관련해 버스업계 관계자는 “이층버스가 국내 처음 도입될 당시 운행 도중 계단을 오르내리는 승객이 넘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는데, 실제 문제가 될 만한 사고 사례가 알려지지는 않았다. 승객 스스로도 조심하고 있어 우려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자 길게 뻗은 복도가 나타났다. 앞부터 뒤까지 60여개 좌석이 늘어서 있었다. 좌석 앞뒤 간격은 자리에 앉고 일어나는데 불편할 것 같지 않을 만큼 충분히 벌어져 있었다. 기존 외산 이층버스의 경우 키 큰 승객이 앉을 때 무릎이 앞좌석에 닿아 불편하다는 반응이 제법 많았다.

 

2층 맨 앞좌석에는 바깥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큰 유리창이 달려 있었다. “2층이라 높은데다 창도 넓어서 차에 타고 있는 동안 색다른 바깥 풍경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반응이 전시 현장을 찾은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현대차 이층 전기버스는 1층(11석)과 2층(59석)을 합해 승객좌석 70개가 마련돼 있다. 45인승 버스를 생각해보면 1.6배 더 많은 사람이 탑승할 수 있다. 승객좌석 시트는 슬림백 스타일이 적용돼 거주공간이 극대화됐다. 방진석 책임연구원은 “현재 개발된 승차인원 70인승 이층 전기버스 시트피치는 경쟁 모델과 유사한 710mm 수준이다. 거주성 향상을 위해 64인승 옵션을 운영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시트피치를 770~855mm 수준까지 확보 가능하다”고 했다.

 

차체 길이는 1만2990mm. 13미터는 국산 버스로는 최장 수준이다. 차체 높이와 폭은 각각 3995mm와 2490mm로 국내 기준에 맞춰져 있다. 실내 높이는 1층이 1830mm, 2층은 1700mm다. 2층의 경우 키 큰 사람이 서있기 다소 불편하지만, 4m 높이 기준에 맞춰야 하는 국내 도로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실제 외산 이층버스 또한 4.15m 수준인 차체 높이를 4m로 낮춰 들여왔다.

차에는 240kW 출력 전기 구동모터가 달려있다.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는 384kWh 대용량이다. 국내 전기차 가운데 가장 큰 배터리가 장착됐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72분으로, 한 번 충전했을 때 3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85km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최적의 동력성능을 발휘하기 위해 개발 초기부터 치밀하게 계산된 설계가 이뤄졌다.

방진석 책임연구원은 “설계 단계에서 차량 중량, 감속기, 모터 성능 등을 토대로 차량 주행성능, 가속성능, 등판성능 등을 예측해 최적의 동력성능을 발휘하도록 개발했다. 구동모터 특성상 일반 디젤엔진과 다르게 저속(시속 0~20km)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사용할 수 있어 초기 가속성능이 우수하고 응답성이 빠르다. 또한 구동모터가 휠을 직접 구동하는 휠모터 타입을 적용해 에너지 전달 손실을 최소화시켰다”고 했다.

 

이층버스라 전에 볼 수 없었던 최신 기술도 곳곳에 적용됐다. 차를 개발하면서 현대차가 특히 안전에 신경 썼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 ‘전방 통과 높이 장애물 경고 시스템’이 주목을 끈다. 실제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던 이층버스가 도로시설(교각)에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자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이 중심이 돼 개발에 나섰다. 운행 도중 센서가 수십 미터 전방에 있는 통과할 수 없는 장애물을 감지해 운전자에게 경고해준다. 현대차에 따르면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실시한 실차 테스트 결과 위험요소를 정확히 판단해 알려줄 만큼 신뢰도가 높은 시스템이다.

화재감지 및 자동소화시스템도 신차에 적용된 최신 안전기술이다. 차량에 화재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감지해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것은 물론 즉시 자동으로 불을 끈다. 김형진 파트장은 “국내에서 연평균 5000여건에 이르는 차량 화재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이중 대형 승합차의 경우 불이나면 다수의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자동차 화재 관련 안전장치나 기준이 없어 화재감지와 자동소화시스템 국산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개발이 진행됐다”고 했다. 시스템 이외 화재 대비책도 마련돼 있다. 2층에 소화기가 비치돼 있고, 여러 개의 비상용 망치를 이용해 유리창이나 지붕 해치를 깨고 탈출할 수 있다. 계단이 두 군데 마련돼 화재 위치에서 먼 쪽으로 대피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현대차 설명이다.

 

일반에 공개된 현대차 이층 전기버스는 정부와 완성차 업체가 공동으로 개발해 탄생시켰다. 현대차는 2017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18개월 동안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지원을 받아 국토교통부 ‘한국형 대용량 이층 전기버스 선행차량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이번에 나온 모델은 이제 막 개발됐기 때문에 당장 도로 위를 달리기는 힘들다. 향후 각종 테스트와 시장 반응을 종합해 개선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차가 예상하는 출시 시점은 상용화를 위한 신뢰성이 확보된 후인 2021년이다. 방진석 책임연구원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계획은 없지만, 정부와 운수업체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시승이나 시연 행사가 열릴 수 있고, 시범운행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향상된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철저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이층 전기버스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크다. 일반 공개 사실을 알리는 언론보도가 잇달았고, 버스에 관심 많은 이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기대감을 드러내며 긍정적인 여론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업계는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반응이다. 버스업체 한 관계자는 “이층버스는 평균 연비가 일반 차량보다 떨어지는데, 가격까지 비싸 관련 노선을 운행하는 업체 입장에선 부담돼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여기에 수리 정비에도 일반 버스 보다 갑절은 더 공을 들여야 하는데, 값싼 전기로 달리는 국산 이층버스가 나온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교통기술대전 현장을 찾은 사람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차량 외관이 웅장하고 미려하다”, “디젤 이층버스보다 더 조용하고 편할 것 같다”, “출시 일정이 조금 더 빠르면 좋겠다”, “빨리 도로에서 타보고 싶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이층버스를 둘러싼 역차별 논쟁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경기도가 서울을 오가는 광역노선에 이층버스를 투입할 당시 정부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수도권 운행 경유버스를 CNG버스로 교체한다는 방침을 정부와 지자체가 세웠는데, 정작 매연저감장치(DPF)를 장착했다지만 ‘유로6’ 디젤엔진 이층버스만 예외를 인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법 많았는데, 전기차가 나와 논란을 불식시킬 대안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밖에 배터리, 구동모터, 전동화 부품 등 관련 부품과 시스템 기반 기술을 국내 업계가 확보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지자체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정승 경기도 공공버스과 주무관은 “이해 당사자 사이에서도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순 있지만, 공무원 입장에서는 국내 대기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차량인데다 국내 도로교통 환경에 적합한 한국형 국산차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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