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매매업계, 중고차책임보험 ‘보이콧’ 선언…실효성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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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매매업계, 중고차책임보험 ‘보이콧’ 선언…실효성 위기 직면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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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한 목소리로 “중복 규제…정부, 자기부정” 규탄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중고차 허위 성능점검의 폐해를 방지하고 책임보험 보상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고자 지난 1일 시행된 '중고차성능점검책임보험' 의무가입 제도가 중고차매매업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며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중고차매매사업자단체들은 제도 도입의 배경을 의심하는 동시에 현행 자동차정기검사를 부정하는 중고차보험이 '중복규제'라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지역 매매 조합들도 개별 행동에 나서면서 시행 초기부터 엇박자가 나는 양상이다.

이미 집단행동에 들어간 매매업계가 실력행사 수위를 올리면서 국민감사청구와 청와대 국민청원 등 대정부 압박을 병행할 경우, 자칫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려고 도입한 중고차보험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채 표류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전국적으로 ‘제도 폐지’ 촉구 연쇄 반응

매매사업자단체들이 조합원들에게 '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며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대응전략을 고민하는 사이 중고차매매업계 지역조합들이 직접행동에 나서면서 제도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가장 먼저 경북매매조합은 지난달 31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중고차성능점검보험 의무 가입’을 전면 거부키로 결의했다.

중고차보험 주체는 성능점검업자이지만 그 비용은 고스란히 매매업자들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고, 이는 중고차매매 가격의 상승을 가져와 저렴한 가격으로 자동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도 부담을 주는 만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성능상태점검제도에 대한 원론적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매매업체의 상품용자동차의 정기검사가 도래할 경우, 제시기간 동안 검사가 유예되는데 판매 시에는 반드시 정기검사와 성능점검을 동시에 실시해 이중으로 품질을 보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인정한 자동차 정기검사를 통해 안전도와 품질을 보증 받았는데도 정기검사를 받은 날짜와 상관없이 ‘판매용 차량’이란 이유로 재차 성능상태 점검을 받아 보증한다는 것은, 이제까지 정부가 정한 법을 시행해온 제도 자체를 정부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보험 기준에 대한 형평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시행하고자 하는 보증보험이지만 모든 중고차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일례로 모든 중고차 중 주행거리 20만km 이상, 화물차도 1t 이상, 승합차 36인 이상인 차는 보험에서 제외돼 보증이 불가하고, 의무보험에서 손해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지정한 차량정비업소에서만 수리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역으로 갈수록 성능점검장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반영하면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 시행인가에 대한 반발 심리가 커지고 있다.

성능점검이 가능한 지역 8개 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성능 점검을 받을 수 없어 불법적으로 영업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차 성능보증기간 내에 있는 중고차일 경우(신차 출고시 6년, 12만lm 품질 보증기간 내에 있는 자동차의 성능상태는 제작사에서 보증함) 차량의 소유자가 바뀐다는 이유로 다시 성능점검을 실시해, 성능점검기록부를 교부하고 매매업자에게 보증을 요구하는 것 또한 중복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장남해 경북매매조합 이사장은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성능점검기록부 같은 자동차상태나 성능상태를 강제로 요구하지 않는다”며 “조합은 개악법인 자동차성능점검 보증보험 의무가입을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했다”고 강조했다.

충북매매조합도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은 한국매매연합회가 주최한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중고차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제도 폐지’ 규탄 집회에서 실질적인 자동차 매매 당사자인 중고차 매매업계는 배제하고 성능점검단체와 보험사만이 참여해 이권을 위한 불합리한 ‘밀실 제도’를 만든 국토교통부를 규탄했다. 책임보험제도가 성능점검업단체와 보험사의 담합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조합은 “국토부가 성능점검단체와 손해보험업계의 의견만 수렴한 채 자동차매매업계와 사전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흥택 전남매매조합 조합장도 성능상태점검제도의 불합리함을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가 중고자동차 성능점검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어느 나라에도 중고자동차의 성능상태점검을 해 교부하고 보증하는 규제는 없다”며 “우리의 경우 신차를 출고하면 제작사에서 6년 12만km까지 보증을 해주고 있는데 매매상사로 주인이 바뀌면 성능점검을 받아 소비자에게 고지를 하고 하자보증을 하게하고 있으며 상품용으로 제시하면 자동차 정기검사를 또 받아 이중으로 점검비를 부담하고 품질보증을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러한 제도적 모순은 자동차관리법의 정기검사제도 자체를 정부 스스로 부정하는 것으로 결국 중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 간 거래 조장 음성화 부추길 수도”

매매업계에서 ‘폭풍의 눈’이 되고 있는 중고차 책임보험제 논란의 쟁점은 이번 제도 시행이 중고차 가격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데 있다.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책임보험료가 성능기록부 발급비용에 전가되면 결과적으로 중고차 가격이 인상되는데, 그 피해를 소비자와 매매업자들이 입게 되는 구조라는 것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곽태훈 한국매매연합회 회장은 "기존 성능점검비에 보증 비용이 포함돼 있는 것인데 새롭게 추가되는 보험료로 인해 중고차 시장 위축과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보험업계에서 이번 제도 시행으로 연간 600억원의 보험료가 추가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성능점검기록부에 잘 기록되지 않는 미미한 하자의 경우 소비자는 수리도 받지 못하고 보험료만 부담할 수도 있는 점도 제도의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매매사업자들이 성능기록부 발급 의무가 없는 개인 간 거래로 우회하는 등 중고차 거래 음성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현 상황으로 제도를 계속 밀어불일 경우 딜러들이 보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상풍용 차량을 개인 간 거래로 위장하는 등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짙다”며 “중고차시장 질서 확립을 외치던 정부 제도가 시장을 음성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아직까지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책임보험 도입으로 투명한 중고차 시장 형성과 신속한 소비자 손해보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매매업계의 반발도 고려해 향후 논의를 통해 수정할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면밀히 제도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성능·상태점검책임보험제: 중고차매매사업자를 통해 중고차 구입 시 필수로 첨부되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내용이 실제 상태와 다를 경우, 보험사가 중고차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보상하는 제도이다. 앞으로 모든 성능점검업체는 책임보험제에 의무가입 해야 하며, 미가입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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