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특법 폐지하고 대체 법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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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특법 폐지하고 대체 법안 마련해야…”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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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에서 교특법 릴레이 정책세미나 개최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최근 부산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20대 청년이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음주운전 등 중과실 교통사고에 대한 가해자 엄중처벌 요구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교통사고 처리 방식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선진국과 비교해 보는 세미나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렸다.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손해보험협회가 주관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선을 위한 릴레이 정책세미나’로 지난 9월 3일 첫 번째 세미나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열렸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실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하 교특법)을 폐지하고 대체 법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을 개진했다.

윤 실장에 따르면, 교특법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국내 교통사고 현황과 그 처리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경찰이 파악한 교통사고 건수는 22만 917건인데 반해 보험개발원이 집계한 교통사고는 116만 1733건으로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접촉 사고 등 경미한 교통사고인 경우 대부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보험사에만 연락해 처리하기 때문인데 이 같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내 교통사고 경찰 신고 비율은 일본(97%), 미국(75%)과 비교할 때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이같은 공적 체크 기능의 미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 등 국가가 공식 집계하는 교통사고 지표는 매년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경상자 수는 2014년 156만 명에서 2016년 165만 명으로 최근 오히려 증가했다.(보험개발원)

이러한 교통사고 처리 관행은 교특법 제정 이후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종합보험에 가입해 있고 음주운전이나 뺑소니 등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으면 사고 당사자 간 합의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경찰도 사건 경중에 따라 공소 결정을 내리지 않고 보험 가입 여부로 판단하게 됐다.

윤 실장은 이러한 교특법의 영향으로 공적 기관이 아닌 민간 보험사가 과실 비율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잘못된 사고 처리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에 대한 처벌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경미한 범죄의 비범죄화와 피해자의 신속한 회복을 위해 제정된 교특법이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사라지게 하고 운전자의 안전불감증과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악영향의 온상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교특법을 폐지하면 대안으로 어떠한 사고 처리 방안들이 추진되어야 할까

이에 대해 윤실장은 과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단에 의해 사실상 사문화된 교통사고 신고 의무제도를 살리는 방안을 거론했다. 교통사고도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되 대신 간략하고 신속한 처리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중화된 스마트폰의 기능을 활용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사고를 신고하면 보험회사와 경찰 모두에게 전송되는 시스템 개발하고 경찰, 보험회사, 공제조합이 공유하는 통합 교통사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발급하는 사고증명서로 보험금을 수령하도록 해 과잉 청구되는 보험금 규모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이나 프랑스, 일본의 경우 보험금을 신청하려면 경찰의 사고보고서가 반드시 첨부되어야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뺑소니 같은 중대한 사고가 아닐 시 병원의 의사 진단서만 있으면 보험금이 청구된다. 이 같은 차이는 보험금을 위한 이른바 '나이롱 환자'를 양산한다. 일본의 교통사고 입원율은 5.2%로 우리나라의 1/10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교특법의 폐해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을 표시했지만 이를 폐지할 것인지 취지를 살려 개정을 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있었다.

김성규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교특법으로 인해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해진 점은 있지만 피해자의 신속한 보상 기능이 존재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등 현실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 교특법을 폐지하기보다 신고의무를 강화한 ‘교통사고처리절차법’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장선 충남경찰청 경감은 교특법 폐지 시 현재 전국 3400여 명의 교통조사관으로는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교통사고 처리가 힘들다는 점을 언급하고 교통사고감정사 등을 경찰 업무의 보조 역할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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