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상 교수의 열린 철도] 고속철도 개통 20년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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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상 교수의 열린 철도] 고속철도 개통 20년사의 의미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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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4월 1일은 고속철도 20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필자는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고속철도 20년사 집필에 참여했다. 본 역사서는 고속철도 발전의 보편성과 역사성의 관점에서 내용을 기술했는데 그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로는 우리나라 철도발전의 연속성 측면에서 서술했다. 속도의 향상과 기술의 진보, 역량의 향상 등 발전사적인 측면을 부각했다. 초기 기술력 부족으로 수입에 의존했지만, 우리 힘으로 독자적인 G7 차량과 해무 430X를 개발·운영해 이를 모델로 차량 국산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두 번째로는 고속철도의 기획과정과 함께 발전시킨 인물 등을 발굴해 과정을 자세하게 분석했고 인물사적인 측면에서도 언급했다.

1989년 고속철도 기본계획 수립 당시 어려운 결정을 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을 알게 됐다. 당시 고속철도를 기획한 김창근 교통부 장관은 고속철도와 신공항이 건설돼야 우리가 미래 선진국으로 진입한다는 분명한 철학과 의지를 갖고 실천한 인물이다. 우리 고속철도를 발전시키는 데 정책적으로 크게 기여한 정종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 김한영 전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차동득 전 교통연구원 부원장 등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한결같이 언급한 분이 바로 김 장관이다.

우리나라가 고속철도를 기획하고 고속철도계획 확정 당시 세계에는 일본과 프랑스만이 고속철도를 운영하고 있었고, 독일이 건설 중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미래의 선진국을 내다보고 경제발전과 교통의 혁명을 준비한 인물이었다.

그의 재임 동안 우리나라 교통의 새로운 미래를 만든 고속철도 계획이 완성됐다. 김 장관은 1989년 3월 18일 경부고속철도 관련해 1991년 8월에 착공, 1998년에 부산까지 고속철도로 2시간 이내로 운행하는 안을 확정하고 추진할 것을 공표했다. 이를 기반으로 고속철도기획단이 만들어졌고 건설 토대가 마련됐다. 당시 고속철도사업 추진에서 노태우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김 장관은 아쉽게도 1991년 8월 1일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김 장관은 “고속철도는 일본이 운영하기 시작해 20년이 지났으니 이미 신기술이 아니며, 전 세계가 건설하려고 하는데 우리가 여기에 뒤처지면 안 된다. 21세기가 되면 우리는 통일이 될 터이고 이때 만주까지 기차가 달려야 하는데 고속철도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역설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관 취임 시에 고속철도와 신공항 이 두 가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공표하며 협력을 부탁하는 등 명확한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의 상황은 고속철도를 만들 경제적인 역량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70년에 252달러였던 것이 1977년에 1천달러를 넘어섰고 1988년에 4968달러였다. 당시 한국은행자료로 보면 1인당 국민소득(GNI)은 1985년에 세계 188개국 중 72위, 1990년 211개국 중 56위의 수준이었다.

고속철도 계획을 결정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1989년 일반회계 예산이 25조원이었는데 1차 수정계획의 사업비가 10조7400억원으로 꽤 큰 비용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약간의 이견이 있었지만 선진국가 진입을 위한 사업으로 각 부처가 협력해 추진했는데 당시 추진력과 정치력이 크게 작용했다.

세 번째로는 고속철도의 성과를 분석해 자세히 제시했다. 2004년 4월 경부고속철도의 개통 이후 호남고속철도, 수서-평택 고속철도 등의 개통으로 서울~부산 등 주요 교통축의 철도 통행시간은 고속철도 개통 전에 비해 약 절반 정도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이러한 속도 경쟁력과 아울러 비교적 경쟁력 있는 요금정책을 통해 고속철도는 우리나라 중·장거리 통행에 있어서 중추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서울~부산 및 서울~광주 구간의 고속철도 분담률은 각각 62.1%와 49.5%로 타 교통수단 대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서울~대구 구간의 항공서비스는 경부고속철도의 개통 영향으로 2007년에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국민 1인당 고속철도를 이용 거리는 동 기간 114.96㎞에서 429.17㎞로 3.7배 증가했다. 60분 이내 고속철도에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은 고속철도 개통 초기 전체 국토면적의 48.1%에서 2018년에는 74.5%로 증가해 전국적으로 고속철도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그간의 주요 연구 결과 및 통계 자료를 검토·분석한 결과 고속철도는 전반적으로 지역경제 및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고속철도를 활용한 프로야구 관람 상품, 지역 여행상품 등이 등장했고, 고속철도를 통한 지역 특산품의 배송이 활성화됐으며, 고속철도 정차지역의 회의 개최 실적이 증가하는 등 고속철도는 사람과 물자의 교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철도 건설을 통해 주요 정차역 인근 지역의 택지개발, 산업 및 상업 시설 건설 등 역세권 개발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광명역과 천안·아산역의 경우는 고속철도 정차역 인근에 택지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사례이며, 동대구역의 경우에는 민간자본을 활용해 복합환승센터 및 대규모 상업시설을 조성했다. 그 밖에도 대전역, 신경주역, 울산역, 김천구미역, 부산역 등 대다수 고속철도 정차역에 대해서도 복합환승센터, 업무 및 상업시설, 문화시설 등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네 번째로는 고속철도 20년사는 미래적인 측면에서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탄소기본법 제 32조 5항에 정부는 철도가 국가기간교통망의 근간이 되도록 철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버스·지하철·경전철 등 대중교통수단의 증대와, 철도수송 분담률, 대중교통수송 분담률 등에 대한 중장기 및 단계별 목표를 설정·관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최근 국가철도공단에서는 탄소 감축과 사회적 비용 감소를 위해 철도분담률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송 분담률 여객의 경우 2030년에 35%, 2050년에 40%를 담당해야 하고 화물수송은 2030년에 15%, 2050년에 17%를 달성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도의 역할이 획기적으로 변화돼야 할 것인데 지역 내 철도교통은 통합화, 급행화, 연계화, 자동화가 추진돼야 하며, 지역 철도의 경우 고속화, 선점화, 거점화, 연계화에 노력해야 한다.

단기적인 전략으로는 스마트 도심 급행철도 운영, 모빌리티 스테이션 환승 플랫폼 구축, 철도 역사 중심의 입체적 거점 개발을 중기적으로는 디지털 기반 철도운영 자동화, 국가철도교통 간선과 지선망구축, 장기적으로는 초고속철도 서비스 혁신이 실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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