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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대중교통 개혁, 어떻게 이뤄냈나

기사승인 201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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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한 사람도 버스 이용에 불편 없도록”

 

道의 진정성에 업계도 불안감 극복

시행 초기의 혼란 최단시간에 해소

버스 개편 성공이 도민의 자랑으로

교통환경 개선 등 ‘후속 사업’ 착수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2014년 처음 제주 대중교통체계 전면 개편방안이 나왔을 때 제주 버스업계에는 일시에 혼란이 야기됐다.

그것은, 도의 대중교통 체계 개편이 오랜 세월 지역 주민의 발 노릇을 해오면서 어렵게 지켜온 버스운송사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업계에 원인 모를 불안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 구체적으로는 수십년 이어져온 버스 서비스의 틀은 제주도가 구상하는 버스 개혁을 위한 노선 개편 등에는 턱없이 못미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첨예할 수밖에 없는 노선 운영권 조정 등에 관한 업체별 견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등 실로 예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물론 ‘찬성’, ‘유보’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업계는 도의 구상과 계획, 개편 작업의 목표와 비전 등을 우선 청취한 다음 업계 의견을 모아 공식화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변화 요소들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

제주도와의 협의가 진행되는 무렵, 도에서 연락이 왔다. 원희룡 지사가 버스업계와 만나 ‘대중교통 개편’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추진된 도지사와의 대화에서 업계는 도지사의 ‘대중교통 개편’에 대한 담대하고 명확한 개혁 의지를 확인하고 큰 틀에서의 동의 의사를 굳히게 됐다.

원 지사는 “제주시 교통사정이 출퇴근 시간 극심한 혼란과 정체로 도시 기능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도내에서의 주민 이동이 수차례 시외-시내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불편과 이에 따른 시간·비용 등을 생각하면 대중교통 개편은 한시가 시급한 문제”라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가 손잡고 이를 완성하자”고 업계를 설득했다.

이로써 대중교통 개편을 위한 논의의 물꼬는 트였지만, 실행을 위한 과제는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제주도가 구상하는 노선 개편, 시내-시외버스 요금 일원화, 전 지역에서의 공항 경유 버스 운행, 버스안내시스템 구축, 어르신과 장애인을 위한 교통복지카드 발급, 환승할인 시간 10분(30분에서 40분으로) 연장 등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대규모 버스 증차, 대대적인 운수종사자 증원 등 비용 문제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일 것이라는 점 때문에 제주도와 업계의 고민은 깊어갔다.

이 때 다시 도의 결단이 나왔다. “대중교통 개편은 도민의 교통 편의를 위한 것이고 결국은 도민의 복지 증진을 위한 것”이라며, 대중교통 개편과 준공영제 유지를 위한 재정지원금을 도 예산의 2% 범위까지 사용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다른 지역에서 재정지원금을 예산의 일정 한도까지 사용한다는 방침을 설정한 사례가 없어 이는 제주 버스업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도가 기존의 버스 노선을 폐지하고 새롭게 노선을 만들어 적정대수의 차량을 운행시켰을 때 적자가 발생하면 이를 도가 보전해주는 방식은 여느 지역의 버스 준공영제와 다를 바 없지만, 증차 대수와 운수종사자 충원 및 임금 현실화 등을 감안하면 제주도의 버스 준공영제는 초기 비용이 크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도 스스로 최대 고민거리를 해소한 것이었다.

버스 운행대수를 기존 556대에서 883대로 크게 늘려 배차간격을 좁히고, 하루 운행횟수도 기존 4082회에서 6064회로 약 2000회 가량 늘어나게 함으로써 주민들에게 획기적인 버스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버스 개편의 골격이었다.

제주도와 버스업계의 준비작업은 살얼음을 걷는 형상이었다.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어느 것 하나 미룰 수도 없는 일의 연속이었으므로 오직 ‘개혁’이라는 목표에 추진 주체들은 몸을 내던진 시간이었다.

그리하여 맞이한 역사적 시간, 제주 버스 30년 만의 근본적인 변화는 2017년 8월 26일 아침 시작됐다. 초긴장 상태에서 출근길 시민들의 반응과 버스 운행 상황을 지켜보는 제주도와 업계 관계자들은 그간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속출해 혼란스러웠다.

“그토록 준비에 준비를 거듭했건만…”

노선을 이탈해 운행하는 버스,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 정류장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시민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전해졌고 이를 수습하고 개선하는데 도와 업계 모두 정신이 없었다.

특히 종전 버스노선과 번호가 몸에 배인 고령층 이용객들의 불편이 컸다. 이 문제는 결국 시간이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젊은 층 또는 학생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상황판단 및 적응능력이 뛰어나 혼란은 이내 잦아들었다. 지역 언론들은 “제주의 대중교통체계 개편은 우려했던 것처럼 대혼란이 없었지만 보완할 점도 많아 숙제들을 던지면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도는 “목표는 불편과 혼란을 느끼는 도민이 한 분도 없게 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통학과 시민들의 출근 문제에 대해서는 최우선으로 보완 조치를 취해 나갔다. 그러기를 한 달 여, ‘버스 개편‘에 대한 만족도는 급속히 상승해 도민 대부분이 대중교통 개편에 ’성공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다시 ’제주도의 자랑거리‘로 바뀌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특히 개편 5개월째인 지난 1월 제주에 느닷없는 한파와 눈보라가 몰아치는 바람에 도로가 일시에 얼어붙어 빙판길을 이루자 교통이 일시에 마비됐다. 대부분의 차량이 운행을 멈춰 섰고, 일부는 도로에서 미끄러져 여기저기서 사고가 속출하던 상황에서도 버스는 노선운행을 이어가 도민들로부터 큰 신뢰를 받았고, 이 일로 버스 개혁이 옳았음을 도민들도 비로소 공감했다.

제주도는 이제 대중교통 개편 작업의 후속 조치에 시동을 걸었다. ‘국내 유일의 청정지역 제주’에 걸맞게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방안, 과잉공급된 사업용 자동차의 수급조절, 주차 개선, 보행권 확대 등 보다 멀리 보면서, 보다 나은 교통환경을 후세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 제주 버스개혁의 산파역 서 석 주 제주버스조합 이사장

 

“차고지 문제 등 여전히 고민입니다”

 

   
 

불친절 극복 넘어 버스는 안전해야

이익 줄었으나 시민편의 증진 다행

 

“준공영제 시행 초기 도민들로부터 ‘버스 불친절이 여전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곰곰이 생각했지요. 결론은 ‘대중교통의 만족도는 기사의 친절도와 비례한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업계는 업체 단위로 매달 체계적으로 친절 교육을 진행하고, 도에는 ‘불친절 사례에 대해 강력히 행정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됐습니다만, 그런 분위기와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운수종사자들 역시 힘겨운 노력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서석주 제주버스조합 이사장. 그는 버스업체(극동여객) 말단 직원으로 입사, 대표이사직에 올라 오늘에 이르기까지 47년 세월을 오직 버스에만 몸담아 왔기에 대중교통 체계 개편, 버스 준공영제 시행 등 버스 혁신에 곳곳에 당연히 그의 철학이 숨겨져 있다.

“대중교통 체계 개편이 준비가 다소 덜된 상황에서 이뤄진 측면이 있어 초기에 많이 힘들었고, 지금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도민들이 버스를 더 편안하게 여기고, 더 많이 이용하게 돼 크게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만 준공영제 시행 이전에 비해 업체의 평균 이익금이 줄어들어 고민입니다.”

실제 버스 개편 이전 ‘법인세 차감 전 이익’은 7개 업체 총액이 63억원이었으나 개편 이후 51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중교통 개혁의 궁극적 목표가 도민에 대한 교통 복지의 실현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서 이사장은 말했다. “업계에는 여전히 할 일이 많습니다. 차고지 문제, 교통사고 예방 노력 등 업계의 힘만으로 이뤄내기 어려운 과제도 있습니다만 버스의 튼튼한 사업기반이 곧 시민을 위한 것이라는 공감대를 통해 하나하나 개선시켜 나가는데 전력할 계획입니다.”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저작권자 © 교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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