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중고차 수출업계, 새 둥지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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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중고차 수출업계, 새 둥지 찾는다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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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주저하는 사이 군산·평택항 ‘도전’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중고차 수출의 전진기지를 자처하고자 하는 지자체 간 경쟁이 뜨겁다. 중고차 수출 물량의 88%를 차지하던 인천항이 단지 이전을 놓고 지역주민과 이해당사자 사이 갈등에 휩싸이면서 위상이 흔들리자 군산항과 평택항이 새로운 중고차 수출 산업의 메카가 되기 위해 도전장을 내미는 양상이다. 최근 성장세에 있는 중고차 수출 시장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뜻은 같지만 형편은 제각각이어서 향후 중고차 수출 산업이 어디에 둥지를 틀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중고차 수출은 전년대비 24% 증가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된 중고차는 36만1023대로 집계됐다. 2017년(29만1990대)에 비해 7만대 가량 늘었다. 지난해 신차 수출 물량이 전년보다 3.2% 줄어든 것과 달리 중고차 수출은 23.6% 급증했다. 올해는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분간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관된 관측이다.

인천항, 중고차 수출 메카 위상 ‘흔들’…“역차별” 불만

먼저 명실상부 중고차 수출 산업의 최대 항만인 인천항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인천시의 개입으로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였던 인천항 중고차 전문 수출단지 조성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시가 내항 4부두에 단지를 조성하자는 의견을 내면서 긍정적 분위기가 일시적으로 감지됐지만 결국 사업부지 선정 문제가 갈등의 불씨가 되며 사업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송도유원지 일대에 운영 중인 300여개 중고차 수출업체를 수용할 수 있는 수출단지를 인천항에 조성하는 사업을 놓고 갈등이 재점화됐다. 관계기관과 업계 사이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송도유원지는 도시계획시설(유원지) 장기 미집행 시설로 내년에 일몰제가 적용, 더 이상 중고차단지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대체할 중고차 수출단지 부지로 그동안 유력하게 거론된 지역은 인천 남항 인근 부지(40만4000㎡)와 내항 4부두(13만7000㎡)다.

현재 항만업계는 다른 항만으로 중고차 수출업체가 이탈할 것을 우려해 서둘러 내항 4부두에 중고차 전문 수출단지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군산, 평택 등에서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계획이 힘을 얻고 있고, 다른 항만이 인천의 중고차 수출 물량을 끌어오고 싶어 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중고차 물동량을 처리하는 인천항의 위상을 뺏기지 않으려는 판단에서다.

인천항만공사가 보유한 내항 4부두는 이미 중고차 및 신차 야적장으로 쓰고 있는 만큼 수출용 중고차를 바로 배에 선적할 수 있고 남항 인근보다 상대적으로 민원 유발이 덜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반면 인천항만공사와 해양수산청은 내항 4부두의 부지 면적이 좁고 보안·보세구역이라 다양한 기능을 유치하는데 제약이 있다며 부지가 넓은 남항 일대에 검사·수리·경매·딜러교육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자동차 물류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남항 인근 역무선 부두와 석탄부두는 앞으로 외부로 이전할 예정이어서 자동차 물류클러스터 부지로 논의돼 왔다.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컨테이너를 설치해 사무실로 사용하는 데다, 불법 개조와 먼지 및 소음 발생 등 각종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달에도 인천시 연수구 주민들은 중고차 수출단지를 이전하고 송도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의 문제점을 해결해달라고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건의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박 시장도 중고차 수출 단지 이전에 대한 뾰족한 해법은 없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으로 어느 쪽의 손을 섣불리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중고차산업의 다른 지역 유출을 막기 위해 수출단지가 조성될 때까지 중고차 수출물량을 기존 항만구역 부지에 최대한 수용하고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계속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군산항, 정부 지원 속 신흥 중고차 수출단지로 ‘급부상’

반면 군산항은 정부 지원 속에 중고차 산업 유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올초 정부가 전북 군산시 군산항 인근에 대규모 중고차 수출 복합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북도와 함께 2022년까지 군산항 옆 임해업무단지에 22만㎡ 규모의 중고차 수출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곳에 중고차 수출업체 등 200여개를 유치해 침체한 군산경제와 군산항 활력 회복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중고차 매매, 수출, 전시, 유통, 튜닝 등을 수행하는 거래소도 들어서고 경매장, 품질인증센터, 전시장, 정비튜닝 센터, 재제조 부품공급 센터 등도 입주시켜 대규모 자동차산업복합단지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군산시는 중고차 수출단지가 본궤도에 오르면 연간 600억원의 경제효과, 일자리 1천200개 창출, 군산항 자동차 수출량 7만대 증가 등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창호 시 경제항만국장은 "상반기에 타당성 연구용역을 마쳐 정부에 내년도 국가예산 290억원 반영을 요청하는 한편 민간 투자자 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산항에 중고차 수출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은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여론의 지지도 얻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판단이 서면서 지역주민들도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을 지지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인천 시민단체와 경제계의 불만은 높다. “인천은 항만 산업과 항공 산업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 도시경쟁력을 강조하는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정책이고, 군산 중고차 수출복합단지 또한 마찬가지”라며 “정부는 반 시장적, 반 분권적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한다”며 ‘군산 중고차 수출단지 중단과 공정한 산업 정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평택항, 입지조건 유리…“물류 이전 비용 적어 선호”

평택항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중고차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원하는 모습이다. 인천항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사업이 부지 선정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평택시에서 중고차 수출 부지를 제공해 관련 사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 큰 그림이다. 입지조건도 중고차 수출 업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인천항에서 멀지 않다는 지리적 조건이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최근 많은 중고차 수출업체가 인천항보다는 평택항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택항 자동차 부두운영사의 적극적인 영업으로 인천항 인근 중고차 업체가 평택 쪽으로 이전한다면, 인천항의 물동량이 많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 계획이 빠른 시일 내에 결정되지 않으면 중고차 수출 산업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중고차 수출 업계 입장에선 정부 지지를 뒤에 업은 군산항으로의 이전과 입지조건 상 물류 이전에 비용 부담이 적은 평택항을 선택하는 것 등 어느 쪽도 딱히 손해 볼 것은 없는 입장인 만큼 당분간 이해득실에 따라 항만 선택을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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